▲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바나나맛우유 화장품'이 나온다. 목이 짧고 배가 부른 항아리를 닮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용기에 우유 대신 화장품이 담기는 것이다. 출시 42년을 맞은 장수 식품 브랜드의 파격적 실험이다.
◇ 빙그레-올리브영 '맞손'
이 실험은 빙그레가 시작했다. '바나나맛우유' 특유의 용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나온 아이디어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작년 매출이 1700억원(수출 포함)에 이르는 빙그레의 대표 제품. 특히 작은 항아리 모양의 용기는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상징으로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됐다. 빙그레는 올 초 ‘바나나맛우유’ 용기에 대해 특허청에 상표등록 적격성 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빙그레는 헬스·뷰티 전문점인 올리브영 유통망을 가진 CJ올리브네트웍스에 손을 내밀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빙그레에서 먼저 '바나나맛우유'를 활용한 화장품 사업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젊은 직장 여성들이 점심시간 때 잠시 들려 쇼핑하는 '도심 속 화장품 백화점'으로, 현재 매장수는 650여개다. '바나나맛우유' 고유의 디자인과 올리브영의 막강한 유통망의 협업인 셈이다. 화장품 생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업체 한국콜마가 맡았다.
'바나나맛우유 화장품'은 올리브영의 자체화장품 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ROUND A’ROUND)'의 바디로션과 립밤 등 라인으로 출시된다. 판매 타깃은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도 포함된다. '바나나맛우유'는 2014년부터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의 올리브영 매장 위주로 '바나나맛우유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판매기간은 6개월로 한정된 '깜짝 협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우리는 CJ올리브네트웍스로부터 디자인에 대한 로열티만 받는다"며 "'바나나맛우유' 고유 디자인을 활용하는 한 사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변해야 산다
빙그레는 새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유와 발효유, 아이스크림 등 주력 사업부가 정체되면서다.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 등 메가브랜드가 버티고 있지만, 저출산 등 구조적 요인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빙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빙그레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빙그레는 최근 '맑은하늘 도라지차', '꽃보다 빙수', '슬라이스팝' 등 신제품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의 주력 사업부인 유가공과 빙과 사업의 성장이 제한적"이라며 "보수적으로 경영하다보니 매출 성장률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떠먹는 발효유 시장에서 매일유업이나 동원F&B, 풀무원 등 업체와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빙그레가 처한 현실은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빙그레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매출이 5000억원대에 갇혀있었다. 2009년 매출이 6000억원을 넘긴 뒤 2014년 8210억원까지 성장했지만, 지난해 다시 8000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012년 666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317억원으로 3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올해부터 빙그레는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3월 서울 동대문에 문 연 '옐로우카페'가 대표적이다. '옐로우카페'는 바나나맛우유 아이스크림, 라떼 등 음료와 함께 '바나나맛우유' 캐릭터 상품도 함께 팔고 있다. 최근 아이스크림 전문점 '소프트랩' 오픈도 준비하고 있고, 이번 달 한글 글꼴인 '빙그레체'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번엔 화장품 시장으로도 눈을 돌린 것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기존 사업이 성장 속도가 더디다보니, 새 사업으로 다각화하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