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시장을 위태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거품 논란의 현실을 짚어봤다. [편집자]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피겨 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와 같은 존재로 일컬어졌다. 신약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주목하는 신약물질을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은 회사가 주도해 일궈낸 성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이 계약이 최근 중단되면서,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에 제약업체들은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 한미약품 임상중단, 쇼크 받을 사건일까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실패에 대해 제약업계와 시장이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제약업계는 신약 판매 전 거쳐야 하는 3단계 임상시험 통과확률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통상 1상 임상시험에서 시작해 판매까지 된 의약품은 전체 신약개발 건수의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약물질의 효능을 검증하는 2상 임상시험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릴 정도다.
반면 시장은 한미약품의 임상시험 중단에 대해, 당연히 되야할 것이 안됐다는 듯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9월30일 한미약품 사태가 벌어진 뒤 코스피(KOSPI) 의약품 지수는 33%, 코스닥(KOSDAQ) 제약 지수는 15% 급락했다.
업계는 모처럼 타오른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 불씨가 꺼질까봐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신약개발이 다른 산업과 달리 실패율이 높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한미약품 임상실험 실패로 인해 제약산업 전반에 대해 과도한 평가절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국내 제약시장의 성장통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제약업종 지수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잇따른 대규모 기술수출을 계기로 급격히 오른 뒤, 이 회사의 기술수출 취소가 공지된 지난 9월30일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 신약개발 계속 추진..'정면돌파'
제약업체들은 신약개발에 대한 각오를 다잡는 분위기다. 19조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며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기 보다 13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제약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찾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여기에 정부의 약가(藥價) 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규제로 인해 영업에 의존해 복제약만 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배경이 됐다.
업계는 지난해 한미약품, 녹십자, 유한양행 등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기업 3곳이 나온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지난 2014년 3분기부터 매분기 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에도 이같이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술수출이 해지된 베링거인겔하임건은 한미약품이 신약물질로 개발 중인 여러 건의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번 임상개발 중단으로 인해 회사에 큰 혼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신약 연구개발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임성기 회장의 의지가 크다”고 전했다.
◇ 내년 투자심리 되살아날지 '주목'
투자업계는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 열풍이 다시금 살아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제약사들은 주요 관심 업체로 떠올랐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으로 인해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불붙은 2015년 연초로 주가가 회복된 업체에 주목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과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 등 대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지난 뒤에는 단기 낙폭이 과했던 업체에 대해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신약개발 성공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내년 상장을 앞둔 셀트리온헬스케어, CJ헬스케어 등 업체들은 숨을 고르며 상장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CJ헬스케어 관계자는 “각종 악재가 겹치다 보니 올해로 예정했던 상장을 추진하지 못했다”며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서 주식시장의 추이를 지켜본 뒤 상장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