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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거품인가]③융합산업으로 새 길 모색

  • 2016.11.15(화) 10:38

정부의 바이오 10년 계획..예산은 기대치 하회
바이오 ‘융합’ 바람 타고 새로운 기회 모색 中

한미약품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시장을 위태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거품 논란의 현실을 짚어봤다. [편집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평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견,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제약·바이오 산업이 평가절하됐다는 의견은 분분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다.

 

다만 제약·바이오 정책을 추진할만한 정부의 예산과 의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치열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틈바구니에서 ‘융합 바이오 신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정부 “바이오 국가 핵심산업으로”

정부는 10년 앞을 바라보며 대계(大計)를 세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제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진행해온 것에 이어 오는 2017년부터 10년 동안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발맞춰 생명공학 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번 3차 기본계획은 ▲생명과학 ▲의료·건강사업분야 ‘레드(RED) 바이오’ ▲농업·식품·해양 분야 ‘그린(GREEN) 바이오’ ▲바이오연료·화학분야 ‘화이트(WHITE) 바이오’ 등 4개 기술분과 외에 ‘융합 신산업’라는 산업분과와 ‘규제·인문’이라는 사회분과를 추가해 총 6개 분야를 새롭게 설정했다. 미래부는 11월까지 이 같은 기본 계획안을 완성한 뒤, 내년 1~2월까지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내년 3월 국가 심의를 거쳐 계획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기존의 의료·건강사업 분야인 ‘레드(RED) 바이오’ 분과는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진단이다. 세계적인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전세계 바이오 제약산업 규모는 현재 약 1000조원에서 2020년 약 14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뒷받침됐다.

◇ 국가 신약 R&D 예산, 업체보다 적어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정부부처에서 신약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합한 총 연구개발비의 연도별 추이. ※단위:억원. [자료=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바이오 분야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미래부를 포함해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정부부처는 신약개발에 할당한 예산액을 늘리고 있다. 신약개발 관련 예산은 오는 2017년 203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 늘었다는 것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바이오 분야를 ‘국가 주력사업’으로 삼겠다며 대대적인 청사진을 발표한 것에 비해 예산 편성은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내년에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총 19조4000억원 중에서 신약 연구개발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업계는 정부의 신약개발 투자가 국내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에 비춰봤을 때도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평한다. 일례로 지난해를 기준으로 정부가 신약개발 R&D에 편성한 예산액(1636억원)은 전체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 R&D 투자금액 1위를 기록한 한미약품(1872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국가의 신약개발 R&D 예산이 업체 한 곳보다 적은 셈이다.

정부 측도 나름대로 고심이 큰 모습이다. 안 그래도 R&D 실패를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 국내환경에서 ‘묻지마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결국 정부는 현재와 같은 R&D 투자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영식 한양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총액으로 따지면 증가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어서,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비 역시 큰 폭으로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 ‘바이오 융합산업’서 새로운 길 모색

이에 업계는 ‘융합’에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국가 주력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등 건강부문에 총 연구개발비의 20% 이상을 꾸준히 투자하는 미국이나 영국의 선례를 따라가야 하지만, 현재로선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내년부터는 바이오 분야에서 융합 신산업을 창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근 BT(바이오 기술)와 IT(정보기술), NT(나노기술)를 접목한 차세대 융합산업이 태풍처럼 몰아닥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태풍의 길목에 서서 날아오르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이를 테면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신약개발, 나노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제품 개발, 증강현실 활용 바이오산업 육성 등의 신산업 분야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벤처 창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에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을 수혈하는 벤처기업이 금융업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바이오 분야의 융합산업이 향후 주력 산업군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예를 들어 성장 동력을 잃은 거대한 IT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기업 간에 기술이전의 다리를 놓는 방식으로 벤처캐피탈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낡은 규제를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규제를 중심으로 선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규제인문 분과 위원장인 이봉용 대웅제약연구소 부사장은 “특히나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줄기세포 치료제 등 분야에서는 국내의 법과 제도가 국제적 수준을 따르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기존의 규제를 수정해 합리적인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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