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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고 빚 갚고'…이랜드리테일, 상장대비 '몸만들기'

  • 2017.04.04(화) 15:46

이랜드리테일 지분 69.7% 매각..상환전환우선주 부담 해소
상장 '걸림돌'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월드로..2년뒤 상장에 사활

▲ 이랜드리테일 본사 [사진: 이명근 기자]


한차례 IPO(기업공개)에 실패한 이랜드리테일이 몸관리에 나섰다.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5월 목표로 IPO를 추진했지만 자회사 이랜드파크가 800억원대 손실을 낸데다 임금체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IPO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를 떼어내는 등 회사체질을 바꿔 2년뒤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IPO에 또 실패할 경우 경영권이 넘어가는 조건까지 감수하는 배수의 진을 쳤다.

◇ 이랜드리테일, 2년 뒤 상장

4일 이랜드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분 인수를 위해 주관사인 동부증권과 큐리어스파트너스가 4~8곳의 외부투자자를 유치해 컨소시엄을 만들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이랜드리테일의 모회사인 이랜드월드가 2000억원, 외부투자자들이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컨소시엄은 현재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지분 63.5%중 34.8%를 3000억원에 인수한다. 나머지 3000억원으로는 오는 6월 보통주로 전환되는 이랜드리테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한다. 보통주 지분율로는 34.8%다. 이랜드월드 입장에서 오는 6월까지 RCPS를 상환하지 않으면 배당금이 높아져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외부투자자를 유치해 이를 없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컨소시엄이 확보하는 이랜드리테일 지분은 총 69.7%다. 반면 이랜드월드의 이랜드리테일 지분은 63.5%에서 28.7%로 줄어든다. 이 지분마저도 컨소시엄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2년 뒤 IPO에 성공하게 되면 이랜드월드는 컨소시엄에 투자한 2000억원에 대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이랜드리테일 지분 23.23%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같은 구조대로 진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이랜드리테일 지분이 대거 외부로 넘어가지만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 김보걸 이랜드그룹 자금본부 본부장(이사)은 "지분은 절반 이상이 투자자로 넘어가지만 이랜드가 경영권을 위임받을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며 "투자자들이 최대 8곳으로 분산된 만큼 경영권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향후 경영권 이슈는 불거질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계획대로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번 지분매각의 핵심 조건은 '2년 내 이랜드리테일 상장'이다. IPO에 성공하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또 다른 외부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이랜드리테일 경영권을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표: 나이스신용평가]


◇ 골치아픈 혹 떼서 이랜드월드에 붙여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매각과 함께 사업구조도 바꾼다. 이랜드리테일은 모회사인 이랜드월드로부터 일부 패션브랜드를 1000억원에 인수한다.
유통점에서 직접 패션브랜드를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이랜드리테일은 골칫거리였던 이랜드파크를 2000억원에 이랜드월드에 매각한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라는 혹을 이랜드월드에 넘기면서 자금도 1000억원 확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을 다 따져보면 이랜드리테일로는 1000억원이 유입되고, 모회사 이랜드월드로는 들어오는 현금은 없다"며 "(이랜드월드는) 2년 뒤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된 뒤에야 수천억원대의 현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파크를 떼어낸 것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외식(애슐리·자연별곡 등)과 레저(켄싱텅리조트·한국콘도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 탓에 지난해 8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회사 손실은 모회사로 이어져 이랜드리테일 상장과정에서 가치산정에 흠을 냈다.

 

여기에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로 이랜드리테일은 작년말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도 지금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보걸 이사는 "이랜드파크는 현재 저평가된 상태"라며 "이랜드파크를 떼어내 이랜드리테일 본질가치를 키우고 나면 결국 이랜드월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위해 혹(이랜드파크)을 떼서 이랜드월드에 붙인데 대한 비판도 있다. 또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파크를 비싸게 떠안은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랜드파크를 2000억원에 사오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며 "적정선은 1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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