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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③-4 오리온의 성공, 우연 아니었다

  • 2017.06.23(금) 10:20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II. 산업>
1995년 초코파이 첫 수출..동네슈퍼 먼지닦으며 유통망 확보
누적매출 1조 돌파…대표제품 3총사 스토리텔링 성공

[베트남 호치민=방글아 기자] "오리온 영업사원들은 거래처를 방문할때마다 청소도구로 먼지를 닦고 제품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제과업체 영업사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리온 호치민법인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이석준 수석부장은 "베트남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영업·마케팅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한국식 정(情) 영업으로 유통망을 공략한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오리온 제품을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굳이 한인마트를 찾지 않아도 대형마트는 물론 구멍가게에서도 눈길이 닿는 곳에 진열된 초코파이나 콰이떠이요(오감자)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2년전 초코파이를 들고 베트남에 진출한 오리온은 베트남 제과업계 1~2위를 겨룰만큼 정착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동네 작은 슈퍼도 소홀하지 않았던 땀과 노력이 배어있다. 오리온은 지금 베트남의 성공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6억명에 달하는 아세안(ASEAN) 국가와 인도차이나반도, 중동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 "동네 작은 슈퍼에도 제품을 넣자"..땀으로 얻어낸 유통망
 
오리온은 1995년 베트남에 초코파이를 첫 수출했다. 오리온은 한국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과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을 50대50 정도로 잡고 전략을 짰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안정적 시장 정착을 위해선 베트남 현지 생산과 판매에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내수비중을 90%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이를 위해 2005년 현지법인인 '오리온 푸드 비나'를 설립했다. '오리온 푸드 비나'는 단순히 베트남만 겨냥하지 않고 아세안 수출기지로 삼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뒤 2006년 베트남 호치민에 첫 공장을 세웠다. 이어 2009년에는 하노이에 제2공장을 가동해 베트남 남·북부지역을 아우르는 생산기반을 확보했다.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는 가격경쟁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줬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쌓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베트남 소비자들을 쉽게 만날 수는 없었다. 작은 구멍가게가 대부분인 베트남 소매시장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기가 큰 숙제였다. 오리온은 매점 주인 한명한명에게 공을 들여 유통망을 개척해야 했다. 매장에 진열 체계가 없는 곳도 대다수였다. 수많은 제품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져 있고, 주요 제품 운송수단인 오토바이로 인해 진열된 제품이 더러워지기도 일쑤였다.

상당시간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오리온은 "베트남 전역에 영업조직을 두고 작은 동네 슈퍼에도 물건을 들여놓자"는 목표를 세웠다. 먹거리는 한번 익숙해지면 선호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어렵더라도 차근차근해보자"고 결정했다.

▲ 오리온 초코파이 베트남 현지 광고.

이같은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한 영업사원들의 노력은 눈물겹게 진행됐다. 영업사원들은 매일 거래처나 거래처 후보 매장을 쓸고 닦는 등 점주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업사원의 청소로 진열대가 깔끔해지자 매장의 상품 회전율이 높아졌고 이는 점포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점주들의 마음을 얻었고 입소문을 탔다. 소비자들과의 접점도 넓어졌다.
 
이렇게 유통망을 확보한 오리온은 지금은 유통망과 상생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단순하게 판매를 늘리려는 욕심때문에 신뢰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제품은 자제하고 매장별로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반영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등 점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제품도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네이밍을 바꿨다. 베트남인들이 서양식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했다. 고소미는 구떼(goute)로, 고래밥은 마린보이(marine boy)로 이름을 바꾸는 식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한국에는 없는 맛도 현지에서 별도 개발·출시했다. 오징어맛, 스테이크맛, 해조류맛, 새우맛 스낵류 등이다.

◇ '초코파이·쿠스타스·투니스' 3총사의 스토리텔링

오리온은 2015년 베트남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한해 매출이 2000억원을 넘어서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 제과시장에서 필리핀 식품기업 오이시(Oishi)와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전체 제과시장의 절반가량으로, 오이시가 26%, 오리온이 23% 정도로 추산된다. 오리온은 최근 몇년간 매년 20%를 웃도는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오이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초코파이와 쿠스타스(한국명 커스타드), 투니스다. 

▲ 베트남 호텔에 비치된 초코파이.사진/VONG XUA HOTEL

오리온은 지난해 초코파이로만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정감을 뜻하는 베트남어 'Tinh Cam=초코파이'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제사상에도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파이'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은 최근 여름철 파이류가 안팔린다는 제과업계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초코파이를 시원하게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쿠스타스는 지난해 270억원어치가 팔렸다. 베트남 소프트 케이크시장에서는 20% 점유율을 차지한다. 오리온은 쿠스타스를 좋은 원료와 정성으로 만든 '영양빵'으로 마케팅해 성공을 거뒀다. 베트남 현지에서 쿠스타스는 아이들의 도시락에 챙겨주는 '영양 간식'으로 통한다. 이에 오리온은 지난해 우유맛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고 영양간식 이미지 강화를 위한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210억원 가량이 팔린 투니스는 베트남 스낵시장 최초로 따조(In-pack Toy)를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 2009년 '투니스'를 출시하면서 베트남 '동천왕 설화'를 모티브로 한 투니스 인형극을 제작, 베트남 초등학교를 돌며 공연을 펼쳤다.
 
오리온이 베트남 제과시장에 안착하고 선두권으로 나선데에는 주력 3총사에 대한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 '고향감자 캠페인'으로 시작된 사회공헌활동
 
최근들어 오리온은 또다른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핵심은 과자에 많이 사용되는 감자농가 지원이다. 오리온이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오스타(한국명 포카칩) 원료는 3000여 감자농가에서 조달한다. 
 
오리온은 2015년부터 고향감자가 베트남 농가소득을 올리고 여성과 아이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고향감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들 농가에 1억원 상당의 농기계를 전달하는 등 '베트남 고향감자 지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수석부장은 "글로벌 제과기업으로서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의미에서 오리온의 주요 법인들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다양한 공익 활동들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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