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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G마켓, '나홀로 이익' 비결은?

  • 2017.06.30(금) 11:12

옥션·G마켓 운영 이베이코리아, 작년 600억 이익…경쟁사 모두 적자
"레드오션 시장, 무리한 투자보다 적과의 동침"

최근 불거진 '11번가 매각설'은 국내 온라인쇼핑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급성장중인 온라인쇼핑 시장의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기형적인 시장이다. 지난해 주요 온라인쇼핑몰업체의 적자 규모는 총 1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출혈경쟁으로 대부분이 적자를 내는 시장에도 예외는 있다. 매년 수백억원대 이익을 내는 이베이코리아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634억원, 영업이익은 67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7.8%. 1000원어치 팔면 78원은 남긴다는 얘기로 수익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경쟁사 영업손실 규모는 쿠팡 5653억원, SK플래닛(11번가 운영) 3652억원, 티켓몬스터 1551억원, 위메프 636억원이다.

 

비결은 뭘까. 30일 업계 관계자를 통해 이베이코리아만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 수천억 로켓배송? 간단히 제휴로 해결

2015년 3월 김범석 쿠팡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유통업계 최초로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쿠팡이 수천억원을 투자해 배송 속도를 올리면서 업계에선 "쿠팡이 이마트를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들썩였다.

같은해 7월 G마켓과 옥션도 "신선식품을 당일배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한 대응책이었지만 접근방식은 달랐다. 배송시스템 구축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쿠팡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내에 '홈플러스 전문관'을 도입했다. '적과의 동침'을 통해 당일배송시스템을 적용한 셈이다.

2년 뒤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3600명을 고용하고, 전국 대형 물류센터 10여곳을 구축했다. 직매입 비중도 늘렸다.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곪았다. 쿠팡 매출은 2014년 3485억원에서 지난해 1조9159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손금은 1조2086억원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비중을 늘린 쿠팡은 일정한 속도를 내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본인들이 자신없는 분야에선 외부 전문가나 파트너 손을 잡았다"며 "쿠팡은 자체 배송시스템 구축에 수천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G마켓과 옥션은 간단히 제휴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G마켓과 옥션은 파트너 계약을 통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백화점과 아모레퍼시픽, CJ몰 등과 손을 잡았다.

이베이코리아는 배송 속도를 빠르게 하는 동시에 배송료 부담은 낮췄다. 여러가지 상품을 모아 한번에 배달하는 묶음배송이 대표적이다. 제품 하나만 사도 배송비가 2500원이 부과되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로켓배송은 건당 7000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G마켓과 옥션은 CJ대한통운을 통해 빠르고 싸게 배송 효율성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 조급한 경쟁사-느긋한 G마켓·옥션

회계장부를 보면 이베이코리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비용을 관리해 이익을 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는 광고선전비 1839억원, 급여 546억원, 판매촉진비 391억원 등 총 4197억원을 판매비와 관리비(이하 판관비)로 사용했다. 광고선전비를 제외하곤 대부분 비용 항목이 수백억원대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 지난해 매출은 8634억원으로 경쟁사 대비 많은 편은 아니지만 판관비를 덜 쓴 만큼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판관비만 9549억원에 이르렀다. 이중 인건비만 5664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 한해 판관비보다 많았다. 쿠팡맨 채용으로 비용부담이 확 늘었기 때문이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지난해 지급수수료만으로 6930억원을 사용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지난해 쿠폰을 뿌리면서 돈을 쓴 만큼 적자가 확 늘었다"고 분석했다. 쿠팡과 11번가 모두 덩치를 빨리 키우려는 조급함에 발목이 잡힌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부터 5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추가로 아낄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면서 생긴 영업권 5360억원을 10년에 걸쳐 매년 500억원씩 상각하고 있는데 2019년 하반기부터 상각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쇼핑몰 시장은 규모는 크지 않고 이익률은 낮은 편"이라며 "레드오션 시장에서 한 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 경쟁사들도 대응차원에서 돈을 쓸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업계 전체 이익률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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