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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G마켓·11번가는 준비됐습니까?

  • 2014.06.27(금) 15:28

실속없는 1위 경쟁 속 위기 올수도

 

현대백화점, AK플라자, 아이파크백화점, 홈플러스.

이들 회사는 유통업체라는 점 말고 또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오픈마켓인 11번가에 입점했거나 입점 예정인 업체입니다. CJ오쇼핑이 운영하는 CJ몰도 곧 11번가에 둥지를 틉니다. CJ몰에 있는 73만여개의 제품을 11번가에서도 볼 수 있는 거죠.

오프라인업체와 온라인업체의 교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롯데백화점도 G마켓과 옥션에 들어가있죠. 오프라인에서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오픈마켓에선 하나의 판매자일뿐입니다.

이들은 오픈마켓이라는 장터에 들어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고, 장터를 빌린 대가로 오픈마켓에 판매수수료를 냅니다. G마켓과 옥션, 11번가는 모두 이런 식으로 돈을 법니다.

오프라인업체는 왜 오픈마켓에 들어갈까요. 자신의 온라인몰에 불러들여야할 손님을 오픈마켓에 빼앗길 수도 있는데요. 몇군데 알아보니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잠식효과보다 윈윈효과가 더크다더군요.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는 매출을 늘려서 좋고, 오픈마켓은 다양한 상품을 갖출 수 있으니 둘다 좋다는 겁니다.

가령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을 통해 현대H몰을 운영합니다. 현대H몰에서만 판매할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픈마켓에 들어가 상품을 팔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가게로 들어오는 문이 하나만 있을 때보다 여러개를 두는게 아무래도 손님 유치에는 더 낫겠죠.

또하나, 오프라인업체는 오픈마켓을 경쟁자로 보지 않더군요. 고객층이 다르다는 겁니다. 백화점과 홈쇼핑의 주 구매층은 소득수준이 높은 40~50대인데 반해 오픈마켓은 20~30대의 젊은층이라는 건데요. 따라서 비용(판매수수료)이 좀 들더라도 신규고객을 늘리는 게 낫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이 롯데백화점에 들어가면 동일한 고객을 상대로 뺏고 빼앗기는 출혈경쟁이 일어나겠지만, 현대백화점이 오픈마켓에 들어가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합니다. 오픈마켓에 들어간 기업들은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G마켓이 11번가의 판매자로 들어가거나 11번가가 G마켓에 둥지를 튼다면 어떨까요. 온라인몰을 갖고 있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오픈마켓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 것처럼요.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한 곳에서만 쓰지 않고 다른 데서도 쓸 수 있게 연동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G마켓이나 11번가 모두 부정적이었습니다. 백화점이나 마트, 홈쇼핑의 온라인몰은 동지로 보는 곳이 유독 서로에 대해선 경쟁자로 여기는 것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유는 있을 겁니다. 제가 볼 땐 그간의 경쟁관계에서 쌓인 앙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얼마 전엔 누가 모바일쇼핑 거래액 1등이냐를 두고 G마켓과 11번가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죠. G마켓과 11번가 관계자 모두 "우리가 거기하고요?" 라며 생각도 안해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쯤돼서 의문이 들더군요. 어차피 고객은 클릭 한번으로 오픈마켓을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 있습니다. G마켓·11번가·옥션·인터파크에 올라오는 상품들도 대개 비슷비슷합니다. 차이라면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정도라고 할까요. 결국 국내 오픈마켓은 포인트나 할인혜택을 더 많이 줘 고객을 끌어들이는 가격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국내 오픈마켓은 운이 좋았습니다. 오픈마켓업체가 사업을 잘 한 것도 있지만 잘 할 수밖에 없는 외부요인이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고객기반이 저절로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고, 잘 정비된 택배시스템에 힘입어 빠른 배송도 가능했습니다. 최근엔 스마트폰 대중화로 모바일쇼핑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는 걸까요. 우호적인 외부환경이 바뀌어 시장은 포화되고 성장이 멈췄을 때 오픈마켓은 어떻게 될까요. 혁신적인 서비스나 고객을 끌어들일 그 무엇이 있지 않는 한 지금 같은 가격경쟁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국내 유통구조 혁신을 가져온 이마트도 불과 20년만에 시장 포화상태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적지 않은 난관을 만났구요. 롯데마트도 마찬가집니다.

어느 기업이나 위기는 반드시 옵니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며 성공신화를 썼던 노키아가 최정점에서 무너지는데는 1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S&P 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수명이 1990면 50년에서 2010년에는 15년으로 단축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짧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간 성장세를 구가한 오픈마켓이지만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등 백년대계를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협소한 울타리를 설정해 누가 1등인지를 두고 티격태격 싸우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제공하고 있는지 묻고 또 묻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입니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커질 때 공황이 발생합니다. 그 트리거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오픈마켓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누구일수도 있습니다. 시계를 10년만 앞으로 돌려보죠.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지금처럼 전세계를 흔드는 거대기업이 될지 예상한 사람이 국내에 몇이나 될까요. 오픈마켓을 대체할 변화도 언제 불어닥칠지 모릅니다. G마켓·11번가·옥션·인터파크는 준비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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