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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리니언시 ③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2018.02.23(금) 16:08

유한킴벌리 외 삼성물산, 삼양식품 등도 논란
자진신고 기업도, 공정위도 악용할 소지 다분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유한킴벌리 사례로 논란이 된 '리니언시 제도'입니다. 리니언시는 내부고발 없이도 기업 간 담합을 더 쉽게 잡아낼 수 있지만 공범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리니언시가 무엇이고, 문제점은 없는지 또 그동안 수혜기업은 어딘지 등 궁금증을 꼼꼼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리니언시는 적용할 때마다 면죄부 논란이 있었다. 최근엔 유한킴벌리가 집중포화를 맞았지만 삼성물산과 삼양식품 등도 과거 리니언시 특혜를 누리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은 공정위의 조사 정보를 입수하고 선수를 친 얌체 기업으로, 삼양식품은 허위로 라면값 담합을 신고한 파렴치한으로 드러나면서 리니언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리니언시 비밀유지 원칙을 교묘하게 이용해 스스로에 공을 돌리면서도 정작 이 비밀을 지키지 못해 망신을 당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 공정위, 비밀유지 원칙 악용해 '자화자찬'

삼성물산은 2014년 7월 드러난 3조5980억원대 호남고속철 입찰 담합 사건의 리니언시 수혜자다. 무려 28개 건설사가 짬짜미 입찰에 참여했고, 과징금 규모만 4354억원에 달했다. 이 중 15개 건설사와 7명의 담당자가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사건은 대규모 과징금만큼이나 공정위의 발표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조사를 맡은 담당과장이 아닌 제재를 의결한 상임위원이 직접 나서서 적발 경위와 사건의 의미 등을 브리핑했다. 수사를 맡은 검찰이 아니라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사건 경위를 설명했던 셈이다.

당시 이 상임위원은 건설업계의 견고한 담합 구조를 강조하면서 공정위 담당 직원들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담당 직원들이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건설사 간 심리적 결속을 깨뜨려 적발이 가능했던 사건"이라고 추켜세웠다. 

실제로 당시 담합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은 일부 낙찰을 중소형사에 돌아가도록 설계해 담합 사실이 새나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 그러다 보니 공정위의 역할이 더 두드러졌다. 덕분에 이 사건을 맡은 직원들은 그해 '올해의 공정인'으로 선정되면서 포상을 받았다.

그런데 업계에선 이 사건의 자진 신고자가 삼성물산이라는 이야기는 암암리에 돌았고, 공정위는 결국 2016년 10월 이 사실을 시인했다. 삼성물산이 공정위의 조사 정보를 입수해 자진 신고를 했고, 83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도 면제받았다는 내용이었다. 

◇ 자진신고 비밀 유지 오래 못가 결국 망신

2012년 3월 주요 라면 4개사가 엮인 라면값 담합 사건도 비슷하다.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4사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라면값 등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이 사건 담당 직원들 역시 이듬해 1월 '올해의 공정인'으로 선정됐다. 공정위는 라면 4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거의 100%에 달해 적발과 처벌에 따른 기대효과가 크다고 자찬했다. 담합을 밝혀내기 위해 확보한 이메일 자료만 340건에 이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사건 초기 증거 부족 등의 어려움에도 끈기를 가지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치밀한 분석을 통해 라면업계의 견고한 담합 관행을 와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리니언시의 결과였다. 같은 해 7월 삼양식품은 공시를 통해 담합 자진 신고 사실을 털어놨다. 삼양식품은 "공정위로부터 제재 의결서를 수령했지만 (리니언시에 따라)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다"고 밝혔다.

2007년 8월 법 개정과 함께 신고 기업이 알려지지 않도록 보호장치가 마련됐지만 번번이 비밀은 지켜지지 않았고,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담합 적발의 공을 모두 스스로에 돌렸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 리니언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니언시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담합 행위의 효율적인 적발이란 필요성에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기업들은 단순히 자진 신고만으로 책임이 더 무거운 기업이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남고속철 담합 사건에선 삼성물산을 제외한 건설 빅7이 모두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3심까지 몰고 가 결과적으로 빅7의 패소로 끝났다. 공정위가 조사에 나설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선수를 친 삼성물산만 톡톡히 수혜를 누린 셈이다.

라면값 담합 사건은 아예 결과가 뒤집혔다. 농심과 오뚜기, 야쿠르트는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과 함께 최종 승소했다. 삼양식품의 신고만 믿고 라면 3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는 받은 과징금의 이자까지 더해 되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윤수현 공정위 대변인은 리니언시 면죄부 논란과 관련해 "운영 과정에서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당장 제도 개선을 위한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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