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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편의점 '근접 출점', 부메랑 될라

  • 2018.05.31(목) 10:57

무차별적 성장 추구…해법은 결국 자율 규제

"같은 건물 바로 밑에 또 편의점, 기존 점주의 생존권을 지켜주세요!"

최근 서울시 한 지역에서 영업하던 편의점주가 내건 호소문의 한 구절입니다. 이 점주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한 주상복합 아파트 1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 같은 건물 지하 1층에 다른 편의점이 생기면서 매출 하락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연입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편의점 근접 출점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리기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건데요.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 왜 고쳐지지 않을까요? 과연 해법은 없을까요?

 

 

◇ 국내 편의점 4만 개…성장은 계속된다

이번 경우처럼 일부 점주의 호소로 몇몇 사례들이 유난히 논란이 되지만 사실 편의점 근접 출점은 점점 일상화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상권이 발달한 지역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주택가 골목에서도 얼마 안 되는 거리에 편의점이 중복으로 출점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편의점 점포 수는 4만 개를 넘어섰는데요. 점포당 배후인구는 1300명가량으로 2000명이 넘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과밀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최근엔 속도가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편의점은 여전히 계속 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편의점 근접 출점은 앞으로도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국내 편의점 시장이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동네 곳곳에 남아 있는 슈퍼마켓들을 '잠재적인 편의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슈퍼마켓은 여전히 6만 개 정도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근접 출점이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영업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내 소비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니 근접 출점에 따른 타격이 점주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 강제할 수 없는 출점 제한…자율 규제만이 '살길'

하지만 근접 출점을 강제로 막을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 1994년 업계 자율로 다른 브랜드끼리도 80m 이내에는 출점하지 않는다는 데에 합의하고 이를 비교적 잘 지켰는데요. 하지만 지난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카르텔로 규정하면서 백지화됐습니다. 이후 공정위는 2012년 25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만들었지만 강제성이 없었고 이마저도 2014년 폐지됐습니다.

현실적으로 개별 점주의 '창업'을 규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상권의 특성이 다 다른데 출점 기준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근접 출점을 규제하면 독과점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어 보입니다. 편의점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자제'를 하는 겁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자사 점주는 물론 다른 브랜드 점주와 '상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건데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편의점 업체들은 점포 수 늘리기에만 과도하게 몰두해왔습니다. 이른바 '구멍가게' 크기의 편의점이 즐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권의 크기나 기대 매출에 대한 기준 없이 무작정 점포만 늘리려 하니 매장의 형태나 크기에 대한 '철학'이 없고 출점 거리에 대한 고민도 안 보입니다.

대기업들도 이걸 모르는 게 아닙니다. GS25는 지난해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모든 브랜드 편의점 주변에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조금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사 노브랜드 매장과의 근접 출점 논란에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편의점 본사들도 너도나도 '상생'을 외치고 있는데요. 단순히 자사 편의점 점주와 상생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 점주 그리고 골목 상권과 상생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야 자사 점주들의 피해도 줄고 본사 역시 함께 사는 길이 열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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