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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편의점은 우리동네 담뱃가게

  • 2018.07.05(목) 14:46

점포 매출 중 40~45%…여전한 담배 의존도
대표적인 미끼상품…카드 수수료 등은 부담

"우리 편의점은 언제까지 담배와 수입 맥주 가게에 머물러 있어야 하냐."(김성영 이마트24 대표, 2017년 7월 기자간담회)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지난해 편의점 사업을 신세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기존 편의점들이 주로 담배와 주류 매출에 의존하는 특성을 꼬집은 겁니다. 이마트24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고객을 끌겠다는 '포부'를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편의점의 담배와 주류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기에 이런 지적이 나왔을까요. 편의점 업체들에 따르면 점포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5%가량이라고 합니다. 주류 매출(10%)까지 더 하면 절반 이상이 담배와 주류인 셈이네요.

담배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미끼 상품으로 꼽힙니다. 점주 입장에서는 '돈'은 별로 안 되지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상품인 겁니다. 마진율이 낮긴 하지만 담배 판매 자체로도 돈을 벌고, 집객 효과까지 있으니 어떻게 보면 효자 상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업계에 따르면 담배를 판매하는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의 매출은 20%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니 편의점과 담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편의점의 위치는 주로 담배 판매권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판매권은 50m의 거리 내에선 제한됩니다. 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팔고 있다면 보행자 거리 기준으로 50m 내에서는 담배를 파는 편의점을 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편의점 점포 수가 워낙 빠르게 늘고 있다 보니 최근에는 이런 암묵적인 '규칙'이 무너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담배를 팔지 못하더라도 다른 편의점 근처에 문을 여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담배가 좋은 미끼상품이긴 하지만 '계륵'이 되기도 합니다. 바로 카드 수수료 문제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국내 편의점의 점포당 연평균 매출은 6억 5000만원가량입니다. 매출이 5억원을 넘기 때문에 영세 소상공인 우대 수수료(매출 3억 원 이하 0.8%, 5억 원 이하 1.3%) 혜택을 받지 못하고 평균 2.3%의 수수료가 적용됩니다.

편의점들은 담배로 전체 매출 규모가 커지는 점을 안타까워합니다. 사실 영세 소상공인과 다를 바 없는데 담배 매출로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담배 매출 중 세금을 제외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담배 판매가격에서 세금의 비중은 74%에 달합니다.

최근 정부가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내놨는데요. 지금까지 밴 수수료는 건당 100원의 정액제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정률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따라 편의점 등 소액결제 업종 내 약 10만 개에 달하는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편의점들은 이번 개편안에 담배 매출 중 세금을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담배의 마진은 9%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다른 품목의 경우 마진이 25% 안팎이라니 꽤 낮은 편입니다.

담배를 팔자니 영세 상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안 팔자니 손님들이 발길을 끊을 가능성이 있으니 말 그대로 계륵이긴 한 것 같습니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어느덧 4만 개를 훌쩍 넘어서면서 '편의점 사장님'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편의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국내 편의점의 담배 매출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의 경우 36%, 일본은 24%, 영국은 15%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편의점은 담배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더 많이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영세상인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아쉬울 게 없을 만큼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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