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연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것인지, 이를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이들의 고충은 어떤지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다양한 방면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편집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은 편의점이 꼽힙니다. 편의점은 대부분 24시간 운영합니다. 물론 일부 편의점의 경우 본사의 정책에 따라 점주가 자율적으로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아도 되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은 24시간 운영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편의점주가 24시간을 온전히 점포를 지킬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을 씁니다. 이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고 일합니다. 최저임금이 가장 정확히 적용되는 곳입니다. 점주들은 매년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에 맞춰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편의점주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올해 가장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인상되면서 편의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을 올려줘야했습니다. 그동안 대다수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3~4명가량 고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편의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오른다고 하니 편의점주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수익이 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판국에 또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니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때 편의점이 활황이던 시절에는 점주 한 명이 2~3개의 편의점을 운영했던 사례가 많았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을 대거 고용해 점포들을 돌면서 관리만 해도 수입이 꽤 짭짤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하지만 이제는 다 옛말입니다. 죽도록 일해도 가져가는 돈이 점점 적어지다 보니 점포 하나 운영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편의점주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편의점 수가 갈수록 늘면서 한 집 건너 하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동네장사다 보니 가져가는 수입은 점점 더 줄어듭니다. 여기에 최저임금마저 올라가 점주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고 토로합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서 모 씨는 "죽지 못해 산다"고 말합니다. 서 씨의 편의점은 대형 아파트 단지 정문에 있습니다. 고정 수요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힘들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서 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 만했다"면서 "하지만 주변에 편의점들이 한둘씩 생겨나고 올해 최저임금마저 올라가면서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두 안 쓰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아파트 단지 후문에는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생겼습니다. 또 그 근처에는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동네에서 아파트 단지를 사이에 두고 3개의 편의점이 난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 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있던 자리는 아내가 대신하는 형태로 바꿨다"고 했습니다. 낮에는 서 씨의 아내가, 밤에는 서 씨가 가게를 지킵니다. 식사는 점포 내에서 대충 해결합니다.
서 씨의 편의점 월 매출은 약 4500만원가량 됩니다. 꽤 많아 보이죠? 하지만 세세한 항목들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4500만원 중에 약 70%가량은 제품 구입비입니다. 본사로부터 제품을 들여오는 비용입니다. 총 매출에서 제품 구입비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또 본사에 가맹 수수료를 냅니다. 여기에서 또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점포 유지비 등을 빼고 나면 약 200만원 남짓 손에 쥔다고 합니다.
최근 편의점주들이 가맹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인하를 목놓아 외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 씨는 "빛 좋은 개살구"라면서 "와이프와 둘이 12시간씩 일해서 버는 돈이 이 정도다. 누군가 주변에서 편의점을 하겠다고 나서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편의점 본사와 점포 간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남부터미널 근처 편의점주 이 모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서 씨의 편의점과 다른 점은 이 씨 이외에 아내와 두 아들이 번갈아 가면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 씨의 경우 부부가 12시간씩 근무한다면 이 씨의 점포는 6시간씩 4명이 돌아가면서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서 씨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이 씨는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가맹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인하 없이는 계속 늪에 빠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의 큰아들은 "부모님이 너무 힘겨워하셔서 동생과 같이 일을 돕기로 했다"면서 "원래는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는데 가게가 어려운 상황에 손 놓고 공부만 할 수는 없어 이렇게 나섰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답답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이 씨는 미안한 마음에 애꿎은 물건들만 이리 풀었다 저리 풀었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편의점주들의 공공의 적이 돼버린 편의점 본사는 할 말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편의점 본사는 본사 나름대로 억울한 측면이 많습니다. 편의점 본사는 업체별로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편의점주가 본사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본사 차원에서 일정 부분 마진을 붙여서 넘기기도 하지만 원가 그대로 편의점주에게 공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아울러 어떤 본사에서는 각 점포의 연간 최저 수입을 보장한다거나 점포의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머신이나 제빵기계 등도 본사에서 전액 지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편의점 본사들은 수익성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실제로 국내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3년 2~3%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1분기에는 1~2%대로 떨어졌습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0%로 추락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정부가 각종 부담을 본사가 떠안기면서 편의점 본사들의 수익성도 급격하게 나빠진 겁니다. 한마디로 본사도 죽을 맛인 것은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점주들이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손에 잡히는 수입이 계속 줄어들자 본사를 타깃으로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본사 입장에서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정부의 압박이 거세진 데다 점주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본사도 나름대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점주들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사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부담은 임대료인데 이 부분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최저임금 역시 지역별로 물가나 임대료 등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지역별, 상황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물론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과 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진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주들은 점주 나름대로, 본사는 본사 나름대로 모두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상황에 맞게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이들의 힘듦이 조금은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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