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요즘은 점점 단순 알바도 경력으로 구하려고 하고,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고 면접까지 보는 데도 있어요. 그래놓고 돈은 항상 '최저' 임금에 맞춰요. 최저가 아니라 최고치로 생각하는 거죠. 이럴 거면 시급 만원까지 올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하는 한 학생의 하소연입니다. 요즘처럼 시급이 껑충 오르면 당연히 알바생은 받는 돈이 많아지니 두 팔 벌려 환영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일부 아르바이트 직종의 경우 일은 고된데 너도나도 '최저 임금'만 주는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지방 등에서는 아예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반갑긴 하지만 사장님들이 너무 깐깐해지고 있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보장받는 '최저' 임금을 받는 건데도 사장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요. 알바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거나 결국 물가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연 알바들에게 최저임금이란 무엇인지, 또 시급 인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영세 자영업자분들에게는 아르바이트 인건비는 크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알바들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손님이 없어서 편하게 앉아 휴대전화로 드라마나 보는 일자리야 상관없지만 온종일 서서 땀 흘려 일한 뒤에 겨우 최저임금만 받는 건 오히려 허무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얼마 전 편의점 알바를 했던 한 학생은 "그동안 알바를 하면서 최저임금 맞춰서 챙겨준다고 생색내지 않는 사장님을 못 봤다"며 "나는 쉴새 없이 일했는데 마치 대단한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얘기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아르바이트들의 시급 현황을 볼까요. 최근 알바천국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2018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시급은 8069원이었습니다. 법정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539원 많은 수준입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편의점(7556원)이나 독서실 및 고시원(7598원)의 경우 딱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현실입니다.
다른 알바생은 "장사도 안 되는데 최저임금이 올라서 힘들다는 분들은 이해한다"면서도 "장사가 잘된다고 돈을 더 주겠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부 사장님들이 딱 최저임금만 주면서 '생색'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알바생들에 따르면 여전히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려는 가게가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당연한 걸 지키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최저임금만 주는 것도 '신경 써주는' 모양새가 되는 겁니다.
아르바이트 관련 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방의 경우 지금도 거리낌 없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주거나 꼼수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글들이 지속해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르바이트 '수습 기간' 시급에 대한 글입니다. 일부 자영업자의 경우 알바에게 3개월은 수습이니 최저임금을 90%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한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상담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사실 최저임금법에서는 1년 이상의 기간으로 근로계약서를 쓴 경우만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둘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알바생들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은 불법입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알바들은 실제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 중 41.2%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주로 하는 15~19세의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50%를 훌쩍 넘었습니다.
심지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아예 못 받은 사례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포털인 알바몬이 올해 초에 내놓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생 5명 중 2명은 임금 체불을 경험했고 답했습니다. 임금을 늦게 지급하는 경우가 27.9%로 가장 많았고, 아예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13.6%에 달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적용해주지 않았다는 대답은 13.6%로 나왔습니다.
이런 현실 탓일까요. 알바생들은 현행 최저임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알바몬이 지난달 내놓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생 중 73.8%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사장님들의 경우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23.9%에 불과했습니다.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0.1%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당장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거나 '채용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요.
최근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에는 "PC방 아르바이트 자리인데 자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가져오라고 한다"며 "시급은 최저"라는 불만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에는 "증명사진값이 15000원인데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붙이라는 곳도 있다"며 "이런 곳에 가지 말자"는 댓글이 달려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편의점 의자를 치웠다'는 제목의 글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편의점주는 "최저임금을 다 챙겨주는 대신 스마트폰도 못 하게 하고 의자도 빼버렸다"며 "그랬더니 다들 한 달을 못 버틴다"고 전했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장님들과 알바생들의 관계가 다소 민감해지는 경우가 많아진 듯합니다.
더 나아가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취업준비생도 있습니다. 한 취업 포털에 글을 올린 한 취업준비생은 "내년부터 사람 구하는 회사가 적어질 것"이라며 "올해 12월까지 얼른 취직해 일단 계속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급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에겐 나쁠 게 없을 겁니다. 다만 이들은 돈 몇백원 오르는 것보다 최저임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알바생이라면 무작정 '최저 인건비'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꼼수를 부려 시급을 최대한 깎으려는 잘못된 관행이 바뀌길 바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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