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시장은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삼양식품이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농심의 독주체제가 이어졌다. 제품별로도 농심 신라면이 늘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오뚜기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농심과 격차를 줄이고 있는 데다 주력인 진라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 움츠러든 라면 시장
라면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식인 밥을 대체하거나 혹은 아예 한 끼 음식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랬던 라면이 최근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HMR(가정간편식) 때문이다. 과거 레토르트 제품에 국한됐던 HMR은 이제 밥과 국, 탕, 찌개는 물론 양식까지 거의 전 분야를 휩쓸고 있다.
HMR은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의 대명사였던 라면이 가진 장점을 모두 흡수했다. 여기에 라면이 가지고 있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희석했다. 여기에 1, 2인 가구의 증가도 HMR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HMR이 라면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 자료 : HMR-식품의약품안전처·라면-식품산업통계정보. (단위 : 억원) |
이런 현상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2.9% 감소한 2조9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성장세가 주춤한 이후 다시 반등했지만 불과 3년 만에 다시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반면 HMR 시장은 지난 2015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HMR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30.4% 증가한 3조원에 달했다.
라면의 부진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HMR의 경우 다양한 카테고리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는 반면 라면은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꼬꼬면'과 '나가사키 짬뽕'으로 대표되는 하얀국물 라면 돌풍에 이어 '불닭볶음면' 등 매운 라면, 프리미엄 짜장·짬뽕 라면이 인기를 끈 이후 메가 히트 상품이 전혀 없는 상태다.
◇ 오뚜기의 맹렬한 추격
이 와중에 라면 시장에서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라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농심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반면 농심을 추격하던 오뚜기가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농심의 유일한 대항마로 등극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 등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으로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55.9%에서 올해 상반기 51.9%로 감소했다. 하지만 오뚜기의 경우 2016년 24%에서 올해 상반기 26.7%로 점유율을 높였다.
▲ 자료 : 업계 취합 (단위 : %). *판매량 기준. |
업계의 또 다른 자료에서도 이런 추세는 그대로 나타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7.6%에 달하던 농심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49.7%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오뚜기의 점유율은 20.5%에서 26.2%까지 올라갔다. 여전히 격차는 있지만 추세적으로 농심과 오뚜기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뚜기의 선전은 '가격 정책'과 '마케팅' 덕분이다. 오뚜기는 지난 2008년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원재료 값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설 때도 유독 오뚜기만은 그 가격을 유지했다. 더불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판매량을 시나브로 늘려가기 시작했다.
◇ 진라면, 신라면 잡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심과 오뚜기의 주력 제품 간 격차도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라면시장에서 부동의 1위 제품은 누가 뭐래도 농심 신라면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신라면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최근엔 오뚜기의 주력제품인 진라면과의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시장점유율이 45%에 달했던 농심 신라면은 올해 상반기엔 26.8%로 뚝 떨어졌다. 반면 2009년 8.6%에 불과했던 오뚜기 진라면의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25%까지 올랐다. 농심 신라면과 격차가 9년여 만에 불과 1.8%포인트 차이로 줄었다.
◇ 진라면, 신라면 잡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심과 오뚜기의 주력 제품 간 격차도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라면시장에서 부동의 1위 제품은 누가 뭐래도 농심 신라면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신라면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최근엔 오뚜기의 주력제품인 진라면과의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시장점유율이 45%에 달했던 농심 신라면은 올해 상반기엔 26.8%로 뚝 떨어졌다. 반면 2009년 8.6%에 불과했던 오뚜기 진라면의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25%까지 올랐다. 농심 신라면과 격차가 9년여 만에 불과 1.8%포인트 차이로 줄었다.
▲ 자료 : 업계 취합 (단위 : %). *봉지면+용기면 점유율 합산. |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진라면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농심 신라면의 봉지면 점유율은 16.9%로 전년과 비교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용기면의 경우도 1.2%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오뚜기 진라면의 경우 봉지면은 1% 포인트 오른 13.9%, 용기면은 2.6%포인트 상승한 11.1%를 기록했다. 신라면이 봉지면과 용기면 모두 고전할 때 진라면이 치고 올라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라면 시장의 전체 규모가 줄고 있는 데다 히트 상품도 없는 상황에서 오뚜기가 치고 올라오는 흐름 분명 의미가 있다"며 "여전히 농심과 오뚜기의 격차가 상당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오뚜기가 농심을 따라잡을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농심으로선 방어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