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면업계는 '가격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할인경쟁'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기존 제품의 가격을 깎는 프로모션 방식이 아니라 아예 '초저가' 제품을 내놓거나 경쟁력 있는 고급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분위기다. 성장 정체기에 빠진 라면시장이 이를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 초저가 라면에 옛날 라면까지…저가 제품 경쟁
최근 저가 라면시장 경쟁에 불을 지핀 건 유통업체인 이마트24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민생라면을 550원에 팔다가 지난달 13일부터 390원으로 가격을 더 내렸다. 이미 저가였던 제품을 아예 초저가로 내놓은 셈이다.
이마트24에 따르면 민생라면의 가격을 내린 이후 현재까지 이마트24 점포 내에서 개수 기준 봉지라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이 제품을 대형마트인 이마트 점포에서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후 농심은 같은 달 18일 해피라면이라는 저가 제품을 내놨다. 지난 1982년 출시했다가 1990년 단종된 라면이다. 해피라면의 소비자정가는 700원으로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830원과 비교하면 꽤 저렴한 편이다.
업계에선 농심이 경쟁사인 오뚜기 진라면을 견제하기 위해 해피라면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라면의 가격은 750원이다.
진라면은 지난 11년간 가격을 동결해온 데다 지속해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최근 빠르게 라면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심 역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프로모션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아예 저가 제품을 출시해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라면시장은 기존 제품의 가격을 깎는 '할인 경쟁'이 아닌 저가 제품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피라면이 안착하면 농심은 가격대별 포트폴리오를 온전히 구축하게 된다"며 "향후 오뚜기의 라면 가격 동결 여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뚜기도 무리한 가격 경쟁보다는 수익성 개선과 신제품 출시를 통한 방어 전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며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저가 경쟁의 휴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건면 시장도 치열…"HMR 공세 막아 낸다"
한편에서는 또 다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다. 건면의 경우 주요 제품의 가격이 1000원을 웃돈다는 점에서 '고가 제품' 경쟁으로 볼 수 있다.
농심은 해피라면을 출시하기 직전인 지난달 9일 신라면 건면을 내놨다. 정체된 라면업계에서 그나마 성장하고 있는 건면시장에서 '신라면'이란 브랜드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이후 건면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풀무원이 같은 달 28일 건면 생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풀무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건면시장에 국내 1위 라면업체(농심)가 진출한 가운데 풀무원이 생산시설과 투자를 대폭 늘리고 라면시장 확대에 나서 치열한 1위 싸움을 예고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국내 라면시장은 대체로 정체 상태에 빠진 반면 건면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91억원에 불과했던 건면시장 규모는 지난해 141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라면업계에선 저가 제품군과 프리미엄 제품군이 함께 자리를 잡을 경우 라면시장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서민 음식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저가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잡고, 건면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의 공세를 막아내는 게 라면업체들이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