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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잘 나가는' 컵라면 이야기

  • 2018.12.21(금) 14:38

1인 가구·편의점 증가로 '라면 왕좌' 넘봐


올해 라면 시장의 '트렌드'는 단연 컵라면입니다. 라면 시장이 전반이 정체기에 빠진 와중에도 컵라면은 오히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판매량이 늘었을 뿐 아니라 라면 제조사들이 더 공을 들이면서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컵라면이 봉지라면을 제치고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컵라면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71년 일본에서였는데요. 일본은 지난 195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원조국'입니다. 당시 닛신식품의 사장이 회의에서 미국 바이어가 종이컵에 라면을 넣어 포크로 먹는 모습을 보고 컵라면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해인 1972년 첫 컵라면 제품이 등장합니다. 삼양식품은 지난 1963년 국내에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선보인 기업인데요. 이후 10년 뒤 삼양식품은 끓인 물만 부으면 3분 뒤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내놨습니다. 겉모양이나 먹는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 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그러나 처음엔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컵라면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인데요. 삼양식품 제품의 경우 다른 봉지면 보다 4배가량 비쌌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10년쯤 뒤인 1981년 농심이 사발 형태의 용기면인 '사발면'을 다시 출시하면서 컵라면 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농심은 이 제품을 기존과는 다르게 '사발' 형태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먼저 내놓은 컵라면의 경우 손에 들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당시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사발면의 경우 상 위에 놓고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농심은 이듬해 '육개장 사발면'을 내놨는데요. 이 제품은 지금까지도 컵라면 시장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는 장수 제품이 됐습니다.

컵라면은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왔는데요. 다만 봉지라면보다는 다소 맛이 떨어지고 야외 활동을 할 때 먹는 '비상용'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점차 봉지면을 따라잡는 수준에 이른 건데요.

지난 2011년 컵라면은 전체 라면 매출 중 30%가량을 차지했는데요. 지난해는 37%를 넘어섰고, 올해는 4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만간 봉지면을 제치고 점유율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컵라면의 인기는 1인 가구와 편의점의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집에서 직접 끓여 먹기보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하나씩 사서 간편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엔 컵라면이 다소 비싼 제품이었다면, 요즘엔 되려 봉지라면보다 더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냄비로 라면을 끓일 공간도 없는 원룸에 살거나 노동 현장에서 급하게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이들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의 유품에도 컵라면이 있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런 흐름은 우리보다 1인 가구 비중이 더 높고 편의점 산업이 앞서 발달한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컵라면이 전체 라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라면 제조사들은 이제 더 컵라면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존엔 통상 봉지면을 먼저 선보인 뒤 인기를 얻으면 용기면 제품을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요. 이제는 순서가 바뀌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심 양념치킨면이나 삼양 참참참 계란탕면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엔 편의점들도 컵라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GS25의 오모리김치찌개 라면이나 세븐일레븐의 동원참치라면, CU의 속초홍게라면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히트'를 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컵라면은 최근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컵라면이 등장한 겁니다. 지금까진 환경호르몬 탓에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게 어려웠지만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는 '특수 종이 재질'로 만든 용기면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레시피로 컵라면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라며 "봉지라면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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