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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컵라면…육개장·왕뚜껑 '남다른 존재감'

  • 2022.12.07(수) 06:50

농심 육개장 사발면 역대 최대 매출
팔도 왕뚜껑도 올해 1억개 판매 전망
거리두기 해제로 컵라면 수요 돌아와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컵라면 시장이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다. 국내 컵라면 업계의 쌍두마차인 농심 육개장과 팔도 왕뚜껑은 올해 나란히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학교·학원가가 정상화하면서 편의점을 중심으로 다시 컵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컵라면 국가대표 나가신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컵라면은 3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농심 육개장 사발면은 컵라면 중 유일하게 연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하는 1위 브랜드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출 기준 10위 안에 드는 컵라면 브랜드 역시 육개장 사발면과 팔도 왕뚜껑 뿐이다.

육개장 사발면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육개장 사발면의 매출은 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했다. 기온이 낮아지는 11, 12월이 컵라면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1200억원, 2억개 돌파가 유력하다. 

캠핑 등 야외활동이 늘면서 컵라면 매출도 늘어났다./사진제공=농심

컵라면 시장은 봉지라면보다도 더 '농심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봉지라면 2위인 오뚜기 진라면이 컵라면에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농심 독주'에 대항하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팔도 왕뚜껑이다. 다른 컵라면보다 큰 사이즈에 플라스틱 뚜껑을 넣어 라면을 받쳐 먹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기존 컵라면과 차별화를 이뤘다. 

팔도 왕뚜껑 역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9100만개를 넘어섰다. 매출 기준으로는 800억원대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연말까지 1억개·1000억원 돌파도 기대해 볼 만하다. 올해 매운맛 왕뚜껑인 '킹뚜껑'을 출시해 800만개 이상 팔아치우는 등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 출시가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돌아온 컵라면 전성시대

코로나19 이전까지 컵라면은 '지속 성장' 시장이었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컵라면 비중은 2016년 33.2%에서 2019년 37.5%로 크게 늘어났다. 집에서 간단한 요리도 하지 않는 1인 가구와 밤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는 청소년들이 컵라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2020년에는 컵라면 비중이 다시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컵라면보다는 봉지면을 구매해 쌓아뒀기 때문이다. 2020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의 인기로 집에서 봉지면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하는 모디슈머 트렌드가 유행한 것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고 유흥시설과 학원 등이 정상 운영된 올해에는 다시 컵라면이 힘을 얻는 추세다. 특히 컵라면의 주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매출 비중이 돌아오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해 71%였던 컵라면 매출 비중은 올해 11월까지 73.5%로 늘어났다. 학교·학원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다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컵라면의 주 판매처다.사진은 한 편의점의 컵라면 매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올해 내내 이어진 고물가 기조도 컵라면의 인기를 뒷받침했다. 컵라면 역시 가격이 오른 건 마찬가지지만 도시락에 비해 가격대가 낮아 간편하고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학생들이 컵라면을 더 많이 찾았다는 분석이다.

농심에 따르면 올해 용기면 매출은 지난해보다 18% 성장한 53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101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육개장 사발면은 올해 20%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팔도 왕뚜껑도 사상 최대 매출을 일찌감치 경신했다.

컵라면이 대세 되는 날 올까

라면업계에서는 국내 컵라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본다. 집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배달을 시켜 먹는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아예 조리기구를 들여 놓지 않는 가구도 많다. 이 경우 전기포트 등을 이용해 물만 끓이면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의 선호도가 높아진다. 컵라면의 경우 설거지도 할 필요가 없다. 

캠핑 등 야외 레저 활동을 취미로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컵라면 시장에는 호재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지난해 7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7명 중 1명이 '캠핑족'인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라면을 좋아하는 2030 젊은 층이다. 

봉지라면이 액상스프·프리미엄 짜장라면의 등장 이후 편의성이나 맛에서 큰 진화를 이루지 못한 반면 컵라면은 꾸준히 편의성이나 맛이 개선되는 '진화하는 시장'이라는 점도 컵라면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다.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컵으로 바꿔 친환경적인 면을 부각하는가 하면 차가운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1~2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스피드 조리법'을 적용한 컵라면도 등장했다. 

주요 라면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전자레인지 조리용 컵라면을 출시하고 있다./사진제공=농심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젊은 층이 컵라면을 선호하는 만큼 신제품을 출시할 때 '컵라면 단독'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늘었다. 실제 우리보다 라면 시장이 더 큰 일본에서는 컵라면이 전체 라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라면 시장이 커질수록 컵라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는 봉지라면 시장이 크지만 컵라면을 즐기는 1020이 중장년층이 될 때 쯤에는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조리와 뒷처리가 간편하면서도 맛은 봉지라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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