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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디프랜드

  • 2019.03.20(수) 15:50

노동법 위반·허위과장 광고 도마…상장 심사도 지연

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루며 성공 신화를 쓴 인물이 있다고 상상해 볼까요. 그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으며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큰 뜻'이 있던 터라 공직에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한 겁니다.

그런데 그가 원하는 자리에 오르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장관이라면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고, 국회의원이라면 치열한 선거전을 치러야 하죠. 그 과정에서 누구든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만 합니다. 가끔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과거 행적과 재산, 가족 관계 등이 샅샅이 드러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든 이런 검증 과정에서 크든 작든 '흠'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면 진정으로 반성하며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집니다. 검증 과정을 되새기며 앞으로 더욱 공직자다운 삶을 살면 될 겁니다.

반면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는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꿈을 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검증대에 오르기 전에 받던 지지들도 거품처럼 사라집니다. 차라리 살던 대로 살았다면 이런 상처는 안 받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지도 모릅니다.

◇ 상장 앞두고 혹독한 검증받는 바디프랜드

요즘 한 기업이 이런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성공 신화'를 쓴 뒤 코스피 상장을 코앞에 두고 있는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 이야기입니다.

바디프랜드는 국내 안마시장의 65%가량을 점유하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652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7년 413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최근엔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하고 있는데요.

심사를 통과해 바라던 대로 상장에 성공하면 투자금 등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디프랜드가 '꿈'을 이루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검증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지금 한창 진행형입니다.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샅샅이' 말이죠. 검증은 말 그대로 사방팔방에서 이뤄지고 있는데요.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바디프랜드의 허위·과장 광고 여부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바디프랜드는 성장판을 자극해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안마의자 제품인 '하이키'를 내놨습니다. 이 제품은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브레인 마사지'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능들인데 소비자들이 의학적으로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바디프랜드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가 형사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바디프랜드의 상장 예비심사를 하던 한국거래소는 정해진 심사 기간을 넘겨 상장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법적으로 논쟁이 있는 경우 경영의 투명성이나 독립성, 내부통제 구조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심사해야 한다"며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는 모습입니다. 그러자 일각에선 바디프랜드의 목표인 올해 상반기 내 상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이라면 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하게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지난 1월 바디프랜드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성장기 어린이 및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 신제품 발표회에서 홍보 모델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익명 채팅방에선 많게는 하루 메시지 수백건

바디프랜드는 여기에다 '사내 내밀한 사정'에 대한 의혹들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 메신저에 '바디프랜드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단톡방이 만들어졌는데요. 참여자들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이 채팅방엔 하루에 많게는 수백 건의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이 채팅방은 익명인 만큼 올라오는 모든 내용을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참여자도 전·현직 직원들이나 언론사 기자 등이겠거니 하고 추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다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내용을 한 번쯤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현직 직원들이 솔직하게 밝히는 바디프랜드 내부의 진짜 조직 문화와 근로 환경의 단면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이런 정보는 향후 바디프랜드가 상장할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와 가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바디프랜드의 창업주 일가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업주로 알려진 조경희 전 대표의 첫째 사위이자 현 영업본부장인 K 이사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K본부장이 회사의 사실상 실세이자 창업주라는 주장인데요.

그동안 바디프랜드는 조경희 전 대표와 이동환 현 부사장이 공동창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형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하던 조 전 대표와 삼보정보통신에서 근무하던 이 부사장이 지난 2007년 바디프랜드를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K 본부장이 '실세'로 꼽히는 걸까요.

K 본부장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지난 1997년 세일컴퓨터시스템을 설립합니다. 이후 법인명을 디오시스로 바꿨고, 2002년 삼보정보통신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립니다. 이후 다시 2004년에는 국내 PC업계 자존심으로 통하던 현주컴퓨터를 인수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주컴퓨터는 이듬해인 2005년 부도를 냈고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습니다. 당시 K 본부장은 현주컴퓨터의 창업자이자 전 대표의 고소로 법정 분쟁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언론 등을 통해 모습을 내비친 것은 이때까지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후 2007년 바디프랜드를 설립한 이동환 부사장과 K 본부장의 관계입니다. 이 부사장은 삼보정보통신 시절부터 현주컴퓨터 인수 후까지 K 본부장과 함께 일해왔습니다. K 본부장은 현주컴퓨터 인수 직후 이동환 당시 삼보정보통신 본부장을 현주컴퓨터의 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박상현 현 바디프랜드 대표 역시 당시 현주컴퓨터 재무책임자로 있었습니다.

결국 과거 K 본부장 '밑에서' 일했던 이들이 지금은 바디프랜드를 전면에서 이끌다 보니 '실세설'이 그럴듯하게 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바디프랜드 "내부 소통 개선 노력 지속"

물론 이런 사실들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K 본부장은 창립 멤버 중 한명으로 회사 설립에 참여했고,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 바디프랜드의 최대 주주는 조경희 전 대표 등 창업주 일가가 아니라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입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2015년 BFH투자목적회사에 지분 91%를 팔았는데요. 이 회사의 지분을 VIG파트너스가 35%, 네오플럭스가 25%, 창업주 일가 등이 나머지 4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사 창업주 일가에 문제가 있더라도 회사의 법적인 '주인'이 아니니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바디프랜드 홈페이지 기업 소개 화면.

다만 바디프랜드 경영 곳곳에 아직 과거 오너 일가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K 본부장의 경우 바디프랜드의 미국 현지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등록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우려에 바디프랜드는 K 본부장이 보유한 상표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 경우 이런 사례가 있을 수 있는데, 상장을 앞두고 문제가 되지 않도록 이미 법적인 조치를 해놨다는 설명입니다.

바디프랜드 측은 이와 함께 단체 채팅방에 유난히 K 본부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는 이유로 "일부 직원들과의 소통 과정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나오는 일부 불만 여론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어쨌든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바디프랜드의 상장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바디프랜드의 경영 투명성이나 내부통제 구조 등과 관련해 거래소가 전문적인 식견으로 판단할 것으로 믿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바디프랜드 입장에선 이번 검증 과정을 계기로 '커진 몸집'에 걸맞는 내부 조직 문화와 근로 환경을 만들어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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