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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온라인 통합 스위치 'ON'…남은 과제는?

  • 2019.04.02(화) 10:41

롯데, '롯데 ON' 론칭…온라인 통합 본격 시작
신세계, SSG.COM에 전력투구…경쟁구도 관심

롯데가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온라인 사업 통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작년 5월 온라인 사업 통합을 선언한 이래 약 10개월여 만에 내놓은 가시적 움직임이다. 향후 5년간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큰 그림의 시작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속도 때문이다. 롯데의 온라인 통합 작업은 경쟁사인 신세계와 비교해 뒤처진 게 사실이다. 온라인 사업 통합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늘 신세계의 뒤를 쫓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불어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놔야 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다.

◇ 시동 버튼을 누르다

롯데는 그동안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 통합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년 8월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인력 보강과 내부 통합 등을 거쳤다. 그리고 그 첫 결과물이 지난 1일 선보인 '롯데 ON'이다. '롯데 ON'은 단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7개사(백화점, 마트, 슈퍼, 홈쇼핑, 하이마트, 롭스, 닷컴)의 온라인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아울러 통합검색 기능도 제공한다. 검색창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해당 판매상품 외에도 동일한 키워드로 검색되는 상품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또 본인이 검색했던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사별 온라인몰에서 제공하는 관련 상품도 추천 받을 수 있다.

롯데는 오는 2020년 상반기 '롯데 ON 앱(App)'도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 ON 앱'은 롯데 유통 7개사의 모든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다. 3800만 명의 국내 최대 멤버스 회원과 1만1000여 개의 오프라인 채널, 2000만개에 육박하는 상품 소싱 역량을 바탕으로 O4O(On-line for Off-line) 채널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 ON 앱'을 통해 향후 차별화된 AI 플랫폼 기반의 미래 차별화된 구매방식으로 떠오르는 보이스커머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경호 롯데e커머스  대표는 "향후에는 롯데가 가지고 있는 강점인 상품력과 보이스커머스 기술력들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앞서가는 신세계

국내 대형 유통업체 중 온라인 사업 통합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지난달 온라인 통합 법인인 SSG.COM을 선보였다. 신세계는 수년 전부터 온라인 사업이 향후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온라인 사업 통합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SSG.COM이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이미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1조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SSG.COM은 출범과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신선식품을 최대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봄맞이 기획전을 통해 봄과 관련된 의류, 신발 등을 최대 69% 할인하는 행사를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시선끌기에 나선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해외 패션 브랜드 상품을 출시 전에 미리 구입할 수 있는 '프리오더(선주문)'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상품을 미리 주문해 기다리는 기간이 긴 만큼 실제 공식 유통 가격 및 시중가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 이벤트다. 이 밖에도 해외 명품 화장품부터 부츠, 시코르, 올리브영 등 국내외 100여 브랜드 1만여 제품이 입점한 '뷰티 전문관'도 오픈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SSG.COM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며 "일단 롯데 등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선 속도감 있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신세계의 SSG.COM을 통한 각종 프로모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따라잡을 수 있을까

롯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엔 다시 한번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앞서 있는 신세계 입장이나, 쫓아가는 롯데 입장이나 상대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는 신세계가 한발 앞서고 있지만 롯데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롯데가 가진 구매력과 고객 데이터, 물류망 등을 총동원한다면 신세계를 넘어설 수도 있어서다.

반면 신세계도 롯데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콘텐츠 기획 능력 등에선 롯데에 앞선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더불어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이 내년쯤에야 오픈한다는 점도 롯데엔 약점이다. 그동안 신세계와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세계가 SSG.COM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격차가 좁혀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일단 신세계의 우위를 점치는 의견이 많다. 신세계의 경우 상당기간 온라인 통합을 실험, 준비해왔고 온라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가 최근 선보인 '롯데 ON'의 경우 온라인 통합의 시작점인 만큼 의미는 있지만 전체적인 온라인 통합 작업에선 기본적인 단계에 불과해 큰 의미를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향후 온라인 사업 통합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할지에 달려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봐서는 신세계가 치고 나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면서 "일단 롯데의 경우 신세계보다 규모가 큰 데다 의사결정 등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좀 더 가볍게 빨리 움직여야 신세계와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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