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보툴리눔톡신의 균주 유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까지 쫓아가 대웅제약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가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우선 국산 보툴리눔톡신 제제 1호로 허가받은 메디톡신에 대해 불법유통 및 시술, 품질관리 문제 등의 의혹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허가 취소까지 거론되고 있다.
소송전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메디톡스가 최근 '보툴리눔톡신 기술 탈취 제보 캠페인'과 함께 최대 3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자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대웅제약에 대해 탈취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 메디톡신 국가검증 없이 유통 의혹
1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지난 2006년 3월 메디톡신에 대해 품목허가 승인은 받았지만 이후 국가출하승인 검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제품을 유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판매 전에 품질 확인을 위해 국가검정을 거쳐야만 한다. 만약 국가검정을 거치지 않은 채 유통했다면 약사법 위반으로 허가 취소에도 이를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앞서 지난 5월엔 메디톡스가 품목허가 승인이 나기 전 임상시험 단계에 있던 메디톡신을 시중병원에 유통 및 시술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식약처가 이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같은 내용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가 또다시 접수되면서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메디톡스는 또 지난 2006년 6월 메디톡신 작업장에서 무균 기준치를 넘는 균이 검출됐음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고 1만 2000여 병을 생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중앙위해사범조사단과 대전지방식약청이 합동조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메디톡신의 불법 유통·시술과 품질관리에 대한 의혹들은 그 시점이 이미 14년이나 지난 터라 관련 문서들을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는 여러 의혹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은 2006년 3월 이후 수차례 내부 시험과 식약처의 철저한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통과해 적합 판정받은 의약품을 출하하고 있다"면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과 관련해 어떠한 위법 행위도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 균주 유출 소송도 불리한 국면으로
대웅제약과 균주 유출 소송도 불리한 국면으로 돌아가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신의 균주를 훔쳐 보툴리눔톡신 제품인 '나보타'를 개발했다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우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메디톡스에 대웅제약이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영업비밀(trade secrets)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힐 것을 명령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음에도 ITC가 제출 명령을 내리면서 소송전이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선 메디톡스 스스로 소송전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음을 자인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10일부터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술 탈취 제보 캠페인'을 펼치면서 보툴리눔톡신 균주 및 관련 제조기술을 불법적으로 탈취, 유통한 증거를 제보할 경우 최대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톡신 관련 산업의 기술 투명성 확보를 캠페인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메디톡스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균주 탈취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균주 출처 소송이 한창인 현 시점에 증거제보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게 의아하다"면서 "만약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이 메디톡스와 같은 균주라고 하더라도 불법 탈취 및 유통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분석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현재 균주 출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포자감정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가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진 만큼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대웅제약은 포자를 형성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균주가 포자를 형성할 경우 대웅제약의 승리로 소송전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포자를 형성하지 않더라도 해당 균주가 유출된 사실을 소명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메디톡스에 불리한 상황으로 소송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