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시장 '빅2'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치약시장에선 나란히 고전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치약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두 회사 모두 주력품목이 화장품으로 옮겨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식약처의 신제품 광고 중단 처분이, LG생활건강은 애경과 상표권 분쟁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LG생건·아모레, 나란히 의약외품 마이너스 성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의약외품 생산 실적을 보면 상위 5위권 업체 중 LG생건과 아모레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위에 오른 LG생건의 생산액은 2225억원으로 전년보다 8.9% 줄었고, 5위인 아모레퍼시픽은 738억원으로 16.6%나 감소하면서 애경산업에도 밀렸다.
두 회사의 의약외품 생산액이 나란히 감소한 건 치약제의 부진에 따른 여파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의약외품 구성 품목을 살펴보면 LG생건과 아모레의 경우 치약제가 대부분을 차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체 치약제 생산액은 4733억원으로 전년보다 1%가량 줄었다. 문제는 LG생건과 아모레 제품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대표 치약 제품의 생산액은 절반 이상 급감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상위 5대 치약 제품의 생산액은 2017년 1997억원에서 작년엔 919억원으로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7년 1위에 오른 아모레의 '메디안 어드백스드 타타르 솔루션 치약 오리지널' 생산액은 576억원에 달한 반면 지난해 1위 제품인 LG생건의 '페리오 액티브 캐비티 케어'는 221억원에 그쳤다. 2위 품목 역시 2017년 LG생건의 '페리오 46cm 굿스멜링 치약'의 생산액은 498억원이었지만 지난해 한국콜마의 '애터미치약플러스'는 180억원에 불과했다.
◇ 치약시장 이미 포화…신제품 경쟁 더 치열
치약시장 전반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대표 제품들의 매출이 특히 부진한 이유는 다양한 신제품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치약제는 114개 기업의 2521개 제품으로 이중 지난해 허가받은 제품만 212개에 달한다. 2017년 164개와 비교하면 32% 넘게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현재 기준 각각 57개와 116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지난해만 16개와 12개 제품을 허가받았다. 이 외에도 지난해 ▲우리생활건강 21개 ▲조선제약 15개 ▲뷰센 14개 ▲케이엠제약 13개 ▲성원제약 13개 ▲그린원일 9개 ▲이큐맥슨제약 9개 ▲헬코스메디칼연구소 9개 ▲금호덴탈제약 8개 ▲아세아제약 7개 ▲바이오에스텍 7개 등의 신제품이 쏟아졌다. 대형사 중에선 애경산업만 지난해 허가받은 제품이 없었다.
업계에선 제품 전환이 빠른 치약시장의 특성상 신제품들이 기존 상위 품목들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아모레·LG생건 개별 악재도 '발목'
아모레와 LG생건 모두 개별 악재도 있었다. 아모레의 경우 지난 2016년 대표 치약 제품인 메디안 라인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 논란을 겪었다. 아모레는 당시 대대적으로 판매중단 및 환불조치와 함께 2017년 '천연유래' 성분을 내세운 자연주의 '플레시아' 라인을 출시하면서 만회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비자가 천연원료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식약처의 지적에 따라 12개 품목에 대한 치약 광고 중단 처분을 받았다. 아모레는 이 처분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지만 1심에서 패했으며, 항소심을 준비 중이다.
LG생건은 애경산업과 상표권 분쟁이 한창이다. LG생건은 2013년 펌핑치약을 출시하고 6년 만에 판매량 2500만 개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애경산업이 비슷한 펌핑치약 제품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LG생건이 'PUMPING'에 대해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지난해 4월 거절당했고, 애경산업은 이틈을 노렸다. LG생건은 현재 특허청의 결정에 불복해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며, 애경산업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