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의 판세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 신생업체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쿠팡이츠는 출범 1년 만에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전년 대비 300% 넘게 늘어났다. 업계 최고참 '배달통'을 제치고 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위메프오의 MAU도 일 년 만에 전년 대비 5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 쿠팡이츠·위메프오 '급성장'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위메프오, 배달통 등 국내 주요 배달앱 MAU 수는 2206만 2638명으로 집계됐다. 1위는 점유율이 50%가 넘는 배달의민족이다. 지난해 9월 MAU 1030만 8484명에서 올해 1317만 5762명으로 27.8% 증가했다. 2위는 요기요다. 요기요의 MAU는 같은 기간 9.6% 줄어든 661만 2678명을 기록했다.
쿠팡이츠는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34만 1618명을 기록한 MAU가 1년만에 150만 722명까지 늘어나며 339.3% 증가했다. 뒤이어 위메프오의 MAU가 일 년 전 8만 3176명에서 올해 50만 4711명으로 506.8% 늘었고, 지난해 3위였던 배달통은 65만 3079명이던 MAU가 일 년 만에 26만 8756명으로 떨어지며 5위로 내려앉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모두 독일의 음식 배달서비스업체 딜리버리히어로와 관계가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며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 인수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세 업체의 점유율은 97.7%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선전으로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배달앱의 점유율이 90.9%로 내려갔다.
여전히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배달앱의 비중이 높지만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 1년 동안 배달앱을 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18.0% 늘어나는 동안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배달앱들은 이용자 수를 9.7% 늘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배달의민족만 이용자 수 증가에 성공하고 요기요와 배달통은 줄었다.
◇ '출혈' 감수하고 투자 확대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빠른 성장 비결은 투자다. 특히 쿠팡이츠는 쿠팡처럼 사업 초기부터 출혈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쿠팡이츠는 소비자와 배달원을 일대 일로 연결한다. 다른 배달앱은 한 배달원이 동선에 따라 여러 곳의 식당을 방문해 배달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수수료가 싸고 배달속도가 빠르다 보니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쿠팡이츠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는 최소 4000원에서 최고 2만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보너스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배달이 집중되는 지역에는 추가금을 지급하거나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 10건 이상 배달을 완료하면 2만 원을 더 주는 이벤트 등이 수시로 열린다.
지난 6월부터 서울 전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경기도 성남과 용인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11월에는 고양과 남양주, 군포, 하남, 과천, 안산, 시흥, 파주, 포천, 세종, 광명, 광주, 안성, 여주, 동두천 등에서도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다. 12월에는 부산에도 진출한다.
위메프오는 가맹점에 집중하며 성장하고 있다. 위메프오는 현재 중개수수료를 동결하고 광고와 입점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광고도 집행하지 않고 있지만 가맹점들이 알아서 홍보에 나서면서 가입자 수를 늘리는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크고 음식뿐만 아니라 생필품 등 다양한 서비스 확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달앱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자체 물류망을 갖춘 쿠팡이츠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심사로 '옴짝달싹'
반면 1위 배달의민족은 올해 수수료 인상을 꾀하며 수익성 확보를 시도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기존 월 8만 8000원인 정액제 수수료 체계를 매출액의 5.8%를 받는 정률제로 바꾸려했다. 반발은 거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수수료 개편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결국 배달의민족은 무릎을 꿇었다.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이 일을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의 거래조건을 공개하고 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필수기재사항으로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방식과 순서, 손해 분담 기준, 변경과 해지 절차, 환불과 교환 절차 등이 규정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앱을 둘러싸고 '갑질' 관련 이슈가 불거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공정위의 결합심사가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의 승인을 기다리며 배달의민족을 정식 계열사로 편입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결합이 승인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 90%가 딜리버리히어로 손에 떨어지다보니 공정위도 신중하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사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은 '진퇴양난'이다. 수익성 확보나 점유율 유지에 나서자니 딜리버리히어로의 독과점문제가 불거진다. 손을 놓자니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의 도전이 거세다. 당장 기업결합심사가 끝날 때 까지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기업결합심사가 연초에 끝나 배달공룡이 탄생했다면 쿠팡이츠나 위메프오의 성장세는 지금보다 더뎠을 것"이라며 "신생업체 입장들이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1위 업체가 주춤하는 사이에 판세를 유리하게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