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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업계, 때 아닌 '염산' 논란…제2의 MSG사태 오나

  • 2020.12.04(금) 16:37

간장 표기법 개정예고…식품업계 논란
산분해간장 유해성 논란…소비자 혼란

간장전쟁이 한창이다. 지난 5월 '산분해간장'의 혼합 비율을 제품 정면에 표기해야 한다는 정부의 행정예고가 나오면서 부터다. 간장제조업체들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리에선 이견만 확인하고 소득 없이 끝났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 "산분해간장 혼합비율 '전면' 적어라"

논란의 중심에는 산분해간장이 있다.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다. 현재 간장류 제품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이 산분해간장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간장 중 '진간장'이라고 표기된 간장 대부분은 산분해간장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예고가 발효되면 합성간장의 제품 전면에 산분해간장의 함유량을 표기해야 한다. 이미 제품의 후면에는 표기가 돼 있다.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염산'을 독성물질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염산을 사용한다는 산분해간장을 소비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 보니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산분해간장은 이미 보편화돼있다. 국내 80여 곳의 간장생산업체 중 산분해간장을 생산하지 않는 곳은 대상(청정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산분해간장에 대한 성급한 규제가 제2의 MSG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시중에 팔리는 MSG(Monosodium Glutamate)의 원료는 모두 사탕무나 사탕수수 같은 천연식재료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조미료다. 하지만 '화학'적인 공법을 이용해 대량생산을 한다는 이유로 몸에 나쁘다는 인식을 주면서 꺼리는 사람이 많다.

산분해간장도 같은 이유다. 제조과정에서 '염산'이 사용되는 만큼 유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일부 소비자단체와 학계, 언론 등에서 산분해간장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예고도 이런 의견을 수용해 나오게 된 조치다. 혼합간장에서 발암 의심 물질인 '3-MCPD'가 나온 적이 있다는 점도 표기법 변경의 이유 중 하나다. 3-MCPD는 지방과 소금이 결합돼 만들어진 것으로 동물실험 결과 발암 가능성이 제기된 물질이다. 

◇ "몸에 나쁘지 않은데 왜"

하지만 식품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산분해간장의 유해성이 크게 과장됐고 이에 기반한 정책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산분해간장이 정말 유해한지 당국이 명확하게 설명하고 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과정없이 산분해간장의 혼합비율을 제품의 전면에 표기하는 것은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간장제조업체들에게는 타격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 삼은 3-MCPD는 수십년 전부터 철저하게 관리되는 물질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간장에서 3-MCPD가 위험한 수준으로 검출된 것은 지난 1996년이다. 이후 식약처는 3-MPCD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에는 3-MPCD의 함유량이 없거나 극소량이다. 이미 시중에 팔리는 산분해간장은 3-MPCD가 엄격하게 관리돼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혼합된 제품이다 보니 그 비율을 제대로 알리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에 부합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식품업계는 방법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미 산분해간장의 비율은 제품의 후면에 표기하고 있다. 문제는 전면에 표기하는 일이다. 식품업계는 산분해간장이 몸에 나쁜 것도 아닌데 주표시면에 표기의부가 부여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고시 '식품등의표시기준'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식품의 표시는 전면의 주표시면과 후면의 정보표시면으로 나뉜다. 간장의 경우 현재 정보표시면에 혼합비율을 적고 있으며 주표시면에 적어야 할 의무는 없다. 주표시면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내용은 주로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과 카페인 함유량, 냉동·냉장 여부, 알코올 함유량, 열량 등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1월 식약처는 업계와 학계,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간장 관리체계 개선 워크숍'을 진행했다.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소득없이 끝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대만은 산분해간장의 비율표기를 강화했다가 향토업체가 고사(枯死)하고 일본의 양조간장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됐다"며 "이번 행정예고는 대기업부터 중소·향토기업 등 80곳이 넘는 간장제조업체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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