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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긋난 투심'에 얼룩진 코로나19 관련주

  • 2021.02.16(화) 15:34

코로나 백신 등 한계 발언 외면…'눈 먼 낙관론' 득세
어긋난 투자 심리에 피해 우려…현명한 투자 필요

주객이 전도했다. 제약바이오업종 투자이야기다. 투자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불확실성이 수반되긴 하지만 해당 기업의 가능성에 기대 투자가 이뤄진다. 그러나 최근 제약바이오 투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관련주에 악재성 기사나 발언이 나오면 주주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공격 주체는 대부분 투자 중인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강성 주주들이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4일 ‘과학적 전문 보도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지난 2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관련 과학이슈토론회가 발단이 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에 도입될 코로나 백신과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한계 및 문제점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발언들이 나왔다. 해당 발언을 한 전문가들과 이를 기사화한 기자들이 온갖 욕설과 위협을 받는 등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이후 정부가 주도한 온라인 ‘코로나19 관련 기업 대상 범정부 지원 대책 설명회’에서도 특정 기업의 임상 및 허가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소개하는 온라인 설명회나 간담회에서도 주주들의 도를 넘는 언쟁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투자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에는 늘 ‘공매도’라는 꼬리표가 달리고 있다.

제약바이오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을 시작으로 주식 투자 주요업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널뛰기를 했다. 대부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내세운 기업들이다.

▲보건당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황. 현재 셀트리온의 CT-P59(렉키로나주)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그 외 일부 치료제도 연구개발이 진척된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는 점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면 해당 기업은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중인 백신과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그것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개발 중인 같은 코로나19 백신과 항체치료제들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국내외 기업 모두 코로나19 치료 및 예방 효과에는 아직 의문 부호가 붙는다는 말이다. 무수한 불확실성과 한계로 전문가들조차 우려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주가에만 쏠려 있다. 어긋난 투자심리가 정부와 기업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또 거쳐 어렵게 탄생한 신약과 달리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단기간에 소수 임상만으로 허가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들을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작은 가능성이라도 시도해보기 위해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수 차례 임상 실패의 쓴 맛을 봤다. 주주들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 투자한 기업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맹목적인 지지는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일례로 한 바이오기업의 경우 임상 문제 등에 대한 부정적인 기획 기사가 보도되자 주주들은 해당 언론사로 찾아가 항의는 물론, 시위를 이어가며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이후 기사 내용이 사실로 하나둘 드러났다. 해당 기업은 현재 거래중지 상태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있다. 그때 항의했던 주주들은 1년여 동안 고통받으며 거래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맹목적인 신뢰에 기반한 눈 먼 투자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 본인에게 돌아간다.

지금 국내 주식시장과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눈 먼 낙관론'으로 병들어 있다. 과학적으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을 막무가내로 신약으로 만들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찰, 토론 속에서 나오는 쓴소리를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현명한 투자로 이어가야 한다. 근거없는 맹목적 신뢰는 늘 비극을 낳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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