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연구개발을 내세운 기업들이 쏟아졌다.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19 관련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 끌기에 나섰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9000여 명의 투자자와 450여 곳의 바이오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다.
JP모건은 3가지 트랙으로 진행된다. 가장 규모가 크고 주목받는 ‘메인트랙’과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급성장 중인 제약‧바이오기업들로 이뤄진 ‘이머징 트랙’, 참여 기업과 투자자 미팅으로 구성된 ‘1대 1호스팅’ 등이다.
올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메인트랙에 배정됐다. 이머징트랙에는 한미약품, HK이노엔, 제넥신, 휴젤, LG화학이 참여했고, 1대 1호스팅에는 엔지켐샘명과학, 제넥신, 메드팩토, 셀리버리, 오스코텍 등 13개 기업이 참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생산(CMO)와 위탁개발(CDO) 사업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늘어난 백신 CMO를 신규 사업이자 비전으로 꼽았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일라이 릴리,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각각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코로나19로 직접 미팅과 공장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가상 투어, 가상 전시관 시스템 등 디지털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글로벌 규제기관과 고객사에 민첩하게 대응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존림 사장은 CMO와 CDO, 바이오시밀러 세 가지 사업이 삼성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머징트랙에서 한미약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전략과 로드맵을 공개했다. 한미약품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 위탁생산을 소개했다. 그 배경에는 평택 바이오플랜트가 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대장균 발효 정제 의약품 생산 설비를 통해 코로나 plasmid DNA 백신, mRNA 백신, mRNA 합성에 필요한 효소 생산이 가능한 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중심으로 DNA, mRNA 백신 생산, 진단키트와 치료제 개발 등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종식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제넥신은 항암제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지속형 인터루킨-7(GX-I7)’의 사업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엔지켐생명과학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진행 현황과 코로나 세포시험 및 항바이러스 동물시험 데이터 결과를 발표했다.
JP모건 헬스케어 행사에서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뤄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기술수출의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JP모건 행사가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JP모건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행사 참여기업들을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하곤 한다. 지난해 JP모건에서 셀트리온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JP모건은 ▲ 유럽(EU) 내 시장점유율 증가 둔화 ▲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여파로 셀트리온은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JP모건 헬스케어 행사 메인트랙에 올랐던 셀트리온은 올해 행사에 불참했다.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JP모건의 부정적인 리포트 영향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리포트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든 바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지난 13일 발표한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글로벌 임상2상 결과에서도 불확실성이 드러났다. ‘렉키로나’는 중증 및 입원환자에 대한 치료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에 JP모건 헬스케어 행사에 참여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의를 상기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허점이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업사업 계획으로는 오히려 된서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등 이슈에 이끌려 비전이 불확실한 사업전략이나 신약 파이프라인을 내놓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올 수 있다"며 "JP모건에서 한 번 낙인찍히면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어려운 만큼 행사 참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