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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상장 그후]上 "묻고 더블로"…판 커진 '쩐의 전쟁'

  • 2021.03.10(수) 11:04

쿠팡 상장에 대응…이베이 인수전에 관심 집중
바빠진 경쟁업체들…'배송·가격 경쟁' 지속 전망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 이를 통해 최대 4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실탄을 확보하는 만큼 그간 지속해온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자 시장은 다시 분주해졌다. 쿠팡에 맞서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물류 동맹'을 통해 배송 속도를 높이거나 M&A로 몸집을 불리려 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혈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쿠팡 상장에 따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와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국내 유통 업계에서 최근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은 지난해 초부터 돌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베이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올해 1월 미국 이베이 본사가 결국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은 5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대체 어느 업체가 5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고 나서겠냐는 목소리가 컸다. 금액 자체가 크기도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여러 곳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깜짝 흥행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를 통해 투자설명서(IM)를 받았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보유한 사모펀드다. 이들이 인수를 위해 실제로 움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분위기가 급변한 데에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영향이 크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4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은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인프라 확대뿐만 아니라 신사업 강화,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이에 대응할 '무기'가 필요해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그 무기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내실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은 20조 원가량이다. 거래액으로만 따지면 쿠팡(20조 원), 네이버 쇼핑(21조 원)과 함께 선두권이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은 850억 원 정도로 2005년부터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5조 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이지만, 인수에 성공한다면 단번에 몸집을 키우는 것은 물론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의 매력포인트다. 

반면, 기존 업체를 인수하기보다는 자체 경쟁력을 키워 무기로 만들려는 곳도 있다. 특히 쿠팡이 로켓 배송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물류와 배송 경쟁력을 강화해 이에 맞서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오늘 도착'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0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으로 '전략적 동맹'을 맺은 CJ대한통운을 통해서다. 오늘 도착 서비스는 소비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이들의 계획대로 된다면 쿠팡의 로켓배송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양사가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으로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물류 시스템은 단순히 물류 창고를 많이 만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최대한 빠르게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 택배 상자에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배송 서비스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 네이버는 IT 기술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고도화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번가의 경우 배달 대행업체인 바로고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바로고의 근거리 물류망을 활용해 배송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체국과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우체국이 이미 갖추고 있는 전국적인 배송 인프라를 활용해 배송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처럼 상장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업체들도 있다. 티몬은 지난 2월 305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더불어 올해 안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11번가 역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번가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지난 2018년 '11번가를 5년 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쿠팡의 상장으로 경쟁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같은 대형 매물을 인수하거나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온라인 채널 특유의 가격 경쟁 역시 지속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쿠팡의 공격적인 영업 및 투자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라인 시장의 저마진 경쟁이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유통 업체들은 플랫폼과 물류 업체 등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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