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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자유여행'에 올인…전망은 '물음표'

  • 2021.06.15(화) 16:29

시장 회복 앞두고 '독자 영역' 구축 시도
경쟁력은 의문…거대 플랫폼 종속될 수도

여행업계가 자유여행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요 여행사들이 앞다퉈 OTA(온라인 여행 에이전시) 서비스를 론칭하고 있다. 패키지 위주였던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여행객' 위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커머스 등 타 플랫폼과의 경쟁에 맞춰 독자적인 영역을 갖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변신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경쟁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인화 트렌드에 '생존 위한 변신'

노랑풍선은 지난 14일 자체 개발한 '노랑풍선 자유여행 플랫폼'을 론칭했다. 이 플랫폼은 항공·투어·렌터카 등 여행 관련 상품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노랑풍선은 2018년부터 별도의 팀을 꾸려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앞서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지난해 4월 400억원을 투자한 IT 기반 여행 플랫폼 '하나허브'를 론칭했다. 하나허브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행 시장 위축으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시장 회복에 대비해 플랫폼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업계 2위 모두투어 역시 최근 IT 인력을 중심으로 팀을 편성하고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여행사들의 '플랫폼 올인'은 시장 구조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8% 수준이었던 자유여행객 비중은 2019년 79.7%, 2020년 83.1%로 늘었다. 패키지 여행 상품 코스에 맞춰 여행하기보다 스스로 여행을 설계하려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를 이끌었다.

노랑풍선 본사. /사진=노랑풍선

자유여행 시장이 성장하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커머스·홈쇼핑의 시장 공략도 활발해졌다. 인터파크·티몬·CJ온스타일 등 주요 플랫폼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활성화에 발맞춰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위메프에서는 코로나19 잔여 백신 서비스 오픈 이후 1주일간 해외 항공권 예약이 직전 주 대비 5.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패키지 여행 상품 위주의 여행사들에게는 큰 변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패키지 여행 상품 주요 이용객이었던 중·장년층 소비자들도 이커머스 등에 익숙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행 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이들이 다시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유여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플랫폼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진원 노랑풍선 OTA 사업총괄은 지난 10일 진행된 자유여행 플랫폼 론칭 간담회에서 "2015년 이후 패키지 여행 상품 매출에 정체가 나타났고, 이후 자유여행객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고객 스스로 여행을 구성하는 플랫폼이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독자 영역 꿈꾸지만 현실은 '글쎄요'

여행사들은 자유여행 플랫폼을 통해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의 전문성을 고도화해 여행객을 끌어들여 시장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출장 관리 시스템 등 B2B(기업간거래) 영역까지 사업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선두권 자유여행 플랫폼인 트립닷컴, 익스피디아 등에 비해인프라가 부족하다. 더불어 야놀자·여기어때 등 여가 플랫폼 및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하면 규모가 너무 작다는 평가다.

패키지 여행 상품은 보통 현지 사무소인 '랜드사'와 협업해 기획된다. 국내 여행사의 자유여행 플랫폼도 초기에는 랜드사의 인프라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립닷컴·익스피디아 등 대형 자유여행 플랫폼은 전세계 다수 호텔·액티비티 업체와 직접 계약한다. 국내 여행사의 자유여행 플랫폼 상품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요 여행사 1분기 실적.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규모면에서는 더욱 불리하다. 국내 여행사 앱의 월평균 MAU(활성화 이용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최대 100만명 안팎이었다. 200만건을 넘는 여기어때·야놀자 등 여가 플랫폼에 비해 적다. 500만명을 넘는 이커머스 플랫폼과는 더욱 격차가 크다. 온라인 플랫폼은 MAU가 높을수록 다수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여행사의 자유여행 플랫폼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행사들의 개발자 인력 규모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최소 수백 명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는 여가·이커머스 플랫폼의 절반 이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플랫폼 론칭 후에도 운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여행사들의 투자 여력도 이커머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여행사의 자유여행 플랫폼이 거대 자유여행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도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빠르게 플랫폼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이 어렵다. 결국 거대 플랫폼의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여행사들은 출혈 경쟁을 해야한다. 대형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물론 프로모션도 진행해야한다. 여행사 자유여행 플랫폼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여행 기반의 여행사들은 시장이 급격하게 자유여행 중심으로 바뀌면서 변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다만 고객이 원하는 국가와 숙소 형태 등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단기간에 갖추기는 어렵다.공격적으로 투자해 규모를 빠르게 키우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대형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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