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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이 쓱 나섰다

  • 2021.08.14(토) 11:00

[주간유통]쓱닷컴 상장 공식화
주관사 선정 돌입…내년 초 상장
확보 자금으로 물류·IT에 투자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쓱' 준비한 신세계

이번 주는 쓱닷컴(SSG.com)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도 유통·식음료 업계는 조용했습니다. 그러다 막판에 혜성처럼 등장했죠.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래도 쓸 거리가 있다는 것은 제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럼 쓱닷컴 상장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쓱닷컴의 상장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예정돼있었던 일이었으니까요. 쓱닷컴은 지난 2018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블루런벤처스로부터 총 1조원의 신주 인수 투자 약속을 받았습니다. 당시 매우 화제가 됐었죠.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신호탄이었거든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는 그때 PEF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오는 2023년까지 쓱닷컴을 상장하기로요. 이번 상장 추진은 그 약속을 지키는 일환입니다. 투자한 PEF들의 엑시트를 해줘야 하니까요. 여기에 신세계는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습니다. 자그마치 3조4000억원을 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 수요가 많습니다. 향후 여기저기 돈 들어갈 일들도 많습니다. 자금에 숨통을 트일 필요가 있었죠. 이번 상장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쓱닷컴이 언제 상장할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2023년이라고 못을 박아둔 상황이었으니 그전에는 할 텐데 신세계가 과연 그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가 궁금했죠. 그러다 마침내 그 기회가 왔습니다. 시기를 저울질하던 신세계는 요즘 상황이 쓱닷컴을 상장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쿠팡의 미국 상장을 기폭제로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이 잇따라 상장에 나섰거든요.

신세계는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이커머스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5조원이라는 자금을 확보한 것을 보고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듯합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쓱닷컴의 상장 기업 가치를 10조원으로 보고 있으니까요.

'물류 인프라'가 절실하다

최근 업계에서 흘러나왔던 쓱닷컴의 상장은 지난 13일 공식화됐습니다. 쓱닷컴이 공식적으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선언했거든요. 쓱닷컴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증권사 대상으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며 "국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물류 인프라 및 IT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쓱닷컴이 언급한 대로 쓱닷컴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거 투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물류를 누가 잡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을 전국 각지 물류센터 건립에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송은 시간이 생명입니다. 아무리 주문이 많아도 더 빨리 배송하지 못하면 이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을 잡기 어렵습니다.

쓱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 사진제공=SSG닷컴

따라서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주문한 지역과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출고해 줘야 하니까요. 쓱닷컴은  2014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를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확보한 물류센터가 3개에 불과합니다. 자연스럽게 쿠팡은 물론 CJ대한통운과 손잡은 네이버에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국내 곳곳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 여력이 생깁니다. 상품 구성면에서는 이미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상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고요. 배송만 제대로 받쳐준다면 쿠팡, 네이버 등과 제대로 한 판 붙어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만큼 쓱닷컴과의 시너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향후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신세계가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감안하면 통합 운영이 유력해 보입니다. 오픈 마켓 중심의 이베이코리아와 자체 상품 콘텐츠를 갖춘 쓱닷컴이 시너지를 내려면 두 업체 간의 유기적 결합을 위한 투자가 필수입니다. 여기에는 IT 등이 포함되겠죠. 모두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계획대로 간다

쓱닷컴의 상장 추진 공식화로 증권가도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상장 주관사를 맡으려고 난리죠. 상장 규모가 크다 보니 주로 대형 증권사들이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쓱닷컴의 상장 주관사를 맡기 위해 다른 딜에는 참여하지 않고 기다린 곳도 있다고 합니다.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큰 건'을 해봤다는 트랙 레코드가 쌓일 수 있는 기회다 보니 증권사들도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업계 등에서는 신세계가 쓱닷컴의 상장 시기를 잘 잡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커머스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데다 이미 쿠팡이 화려한 데뷔를 한 만큼 과거와 달리, 이커머스 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매우 호의적이어서입니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면서 "지금이 시장 분위기나 여러 가지 조건 측면에서 가장 좋을 때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 사진제공=SSG닷컴

이번 쓱닷컴 상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신세계의 공격적인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행보들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스타벅스 지분 추가 인수, 쓱닷컴 상장 등 모든 일련의 과정이 신세계라는 큰 틀로 묶어 각각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각 분야의 톱티어들과 제대로 경쟁하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쓱닷컴은 내년 초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신세계에게 있어 쓱닷컴의 상장은 더 큰 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그런 만큼 쓱닷컴 상장에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쓱닷컴 상장이 삐끗한다면 향후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각 사업 부문의 성장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쓱닷컴 상장은 신세계에게 있어 미래를 담보할 실탄을 마련할 기회입니다. 쓱닷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50.8%)와 신세계(26.84%)에게도 기회가 주어집니다. 쓱닷컴을 통해 일찌감치 온라인 시장 확보에 뛰어들었지만 그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신세계가 쓱닷컴 상장을 지렛대 삼아 얼마나 점프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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