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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유통가 키워드는 "실행·연결·변혁"

  • 2022.01.03(월) 14:29

신동빈·정용진, 나란히 '아이스하키 전설' 명언 인용
정지선·허연수는 '연결 통한 경쟁력 강화' 촉구
'대변혁' 외친 CJ…'인재' 중요성 언급 눈길

임인년 새해 유통가 CEO들이 실행, 연결, 변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오를 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공교롭게 같은 명언을 인용하며 '도전'을 외쳤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기존 사업간의 시너지를 통한 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지난해 대대적 사업 개편 움직임을 보인 CJ그룹은 '대변혁'을 선언했다. 더불어 일제히 '인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패해도 좋다, 일단 도전하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의 명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나란히 이 명언을 인용했다. 디지털 전환,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재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도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도전에는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정 부회장 역시 "아무리 좋은 계획도 한 번의 실천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실패해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세부 메시지에는 차이가 있었다. 신 회장은 "올해는 비즈니스 정상화를 넘어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변화를 주문했다. 혁신을 위한 시도는 미래 성장에 필수지만, 과거의 성공 방식을 활용할 수 없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 시장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올 한해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정 부회장의 메시지에는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하는 '자신감'이 담겼다. 그는 "올해는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라며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강조헀다. 디지털 피보팅은 오프라인 역량·자산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을 뜻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W컨셉·스타벅스코리아 지분 등을 연이어 인수한 바 있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신성장동력의 키워드, '연결' 또는 '격변'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발견'과 '연결'을 강조했다. 각 사업 부문의 강점을 취합해 새로운 가치를 찾고, 이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같은 과녁을 정확히 쏘는 것보다, 아무도 보지 못한 과녁을 쏘는 새로운 수를 찾는 노력이 쌓여야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새로운 소비주체의 변화된 요구를 찾고,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면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핵심 전략도 '연결'이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GS홈쇼핑과 통합하면서. 퀵커머스를 매개로 각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어 메쉬코리아·요기요의 지분을 연이어 인수하며 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허 부회장은 올해 이를 활용한 경영 전략으로 △데이터 경영 △상품력 강화 △통합 시너지 인프라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어 반려동물·식품사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핵심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대변혁'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재편한 CJ그룹은 '대변혁'을 선언했다. CJ그룹은 지난해 천랩,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 역량을 강화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1월에는 그룹 중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 등의 4대 미래엔진을 제시했다. CJ그룹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청사진도 내비쳤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간다. 또 외부와 과감하게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추진할 계획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CJ는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우리의 일상을 건강하고 즐겁게, 전 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CJ의 새 지향점이다. CJ의 인재들과 함께 세계인의 흥미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메시지 내용은 다르지만, 일은 '사람'이 한다

메시지는 달랐지만 인재에 대한 관점은 같았다. 유통업계 CEO 대부분이 수평적 조직문화와 인재관리를 중시했다. 나아가 다양한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지난해 이커머스 기업과의 경쟁에서, 거대 조직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의 한계를 체감함에 따른 선언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어떤 인재라도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연공서열·학연·지연·성별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성과주의 문화도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내부의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고, 우리에게 없는 장점을 가진 외부 인재와 문화의 다양성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와 CJ는 지난해 연말 대대적 인사제도 개편을 진행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른 메시지도 있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내부의 협력을 강조했다. 연결을 위해 내·외부에서 경쟁적으로 경합하기보다, 개방적 관점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하고, 일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기되는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임원 직급제도를 개편한 CJ도 인재관리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사장 이하 6단계의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한 바 있다.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CJ그룹은 올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사내벤처, 사내 독립기업, 스핀오프 등 방안을 확대할 예정이다. 손경식 CJ 회장은 "최고 인재들이 충분히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와 문화를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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