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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원소주가 '핫'했던 두 가지 이유

  • 2022.04.14(목) 06:50

전통주 인정받으며 온라인에서도 인기몰이 계속
업계 형평성 문제 주장…"명분 앞세우다 실리 잃었다"
'포지티브 규제'의 함정…'상식' 충분히 담겨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주류 시장에서 가장 '핫'한 상품은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입니다. 출시 기념 팝업스토어가 만원을 이루더니 온라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개설 일주일만에 12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일일 판매량이 2000병에 달하며 제조사가 1인 구매량 제한을 걸기도 했죠. 증류식 소주의 고급감과 박재범의 '힙'함을 더한 '마케팅의 승리'입니다. 전통주의 이미지를 바꿔놓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 냈고요.

원소주는 다른 방향으로도 ‘핫’했습니다. 주류업계 일각에서 원소주를 근거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죠. 온라인 주류 시장이 커지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나름의 '근거'도 있었습니다. 이에 국세청이 업계와 직접 소통 테이블을 차리기도 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습니다. 청소년 주류 접근성 문제, 소규모 유통업체의 생존권 보장을 명분으로 현행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죠. 이에 따른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류업계가 원소주를 시샘해 논란을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주류 판매는 이전에도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주류는 '전통주'뿐입니다. 원소주도 전통주로 인정받아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반면 원소주와 비슷한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화요는 온라인에서 팔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전통주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막걸리도 일부 제품 외에는 오프라인에서만 판매되고 있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런 모순의 원인은 주세법입니다. 주세법은 전통주를 크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분류합니다. 민속주는 무형문화재 혹은 전통식품 명인이 만든 술을 의미합니다. 지역특산주는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지역에서 제조한 술이고요. 원소주는 강원도 원주 공장에서 원주 농산물로 만들어져 지역특산주로 분류됩니다. 비슷한 사례로는 서울산 쌀로 서울에서 만드는 나루생막걸리를 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주세법은 전통주를 특정 주종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누가 만드느냐가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죠. 따라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유권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런 가운데 전통주는 수익성도 압도적입니다. 주세법상 전통주에 적용되는 세율은 일반주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용기·포장대금은 아예 과세 표준에서 제외됐고요. 규정은 애매한데 마진은 엄청납니다.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주세법은 왜 이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전통주를 정의하고 있을까요.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는 주류 유통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청소년과의 접점은 원천봉쇄해야 하고요.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통주는 계승해야 할 우리의 '문화'이기도 합니다. 개인·소규모 양조장이 만드는 경우가 많아 시장 경쟁에서는 불리하고요. 정부는 이런 전통주 산업의 현실을 고려해 특별히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겁니다.

그런데 주종을 기준으로 전통주를 분류한다면 진짜 전통주가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많은 주류 대기업이 이미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이들은 영업·유통망이 튼튼하고 마케팅에 투자할 여력도 충분합니다. 주종 기준으로 전통주를 분류한다면 대기업이 전통주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조지역·제조자라는 새로운 분류 기준이 마련된 이유죠. 이는 법률·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미리 정하는 '포지티브 규제'이기도 합니다.

원소주가 촉발시킨 주류 온라인 판매 논쟁은 포지티브 규제의 허점을 드러낸 단면입니다. /사진=비즈니스워치

정부는 전통주 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 겁니다. 다만 규제의 빈틈은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규제에서는 충청도 장인이 충청도 밀로 만든 위스키가 전통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지역 양조장·농가를 인수해 만든 제품도 그렇고요.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애플사이더 등 전통주와 거리가 먼 제품이 전통주로 둔갑해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죠. 제조사가 농업합작법인이거나 지역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요.

이렇게 규정을 우회하는 '가짜 전통주'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겁니다. 낮은 세율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이익을 충분히 챙길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진짜 전통주를 만드는 업체는 자연스럽게 보호받지 못할 겁니다. 이들은 생존을 요구하며 나설 테고, 정부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 대응하려 하겠죠. 그렇게 만들어진 규제는 '탁상행정'이라고 비난받게 될 테고요. 규제에 '상식'을 담지 못한다면 이런 비극은 앞으로도 반복될 겁니다.

주류 온라인 판매 논쟁은 주류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포지티브 규제의 함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 단면일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산업·시장의 변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를 법으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들어갈 행정·사회적 비용은 국가적 손실이 될 거고요. 그 피해는 결국 산업·국가·국민 모두가 입게 될 겁니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규제를 마련하는 기준과 방식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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