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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누구를 위하여 배달료는 오르나

  • 2022.05.11(수) 07:00

수익 내야하는 플랫폼+라이더 요구 반영까지
배달료 공시제 등 제어 대책 사실상 효과 '제로'
추가 인상 요인도 아직 남아…구조적 접근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 초 주요 배달앱들이 일제히 배달료를 '현실화'한 후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장 주문이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포장을 혜택으로 내세운 요기요의 '요기패스'가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한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옵니다. 한 플랫폼 업체가 배달료 조정으로 보는 이득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죠. 플랫폼을 비판하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습니다.

사실 배달료 인상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플랫폼은 설립 초 대대적 투자로 소비자를 유입시키고, 이들을 대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이를 위해 출혈 경쟁도 불사하죠.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쿠팡·신세계가 시장 빅 3 구도를 만든 후 멤버십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쿠팡은 올해 초 '와우 멤버십'의 가격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나섰죠.

이를 고려하면 배달앱의 수익성 개선 작업은 다소 늦은 편입니다. 배달의민족이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한 지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요기요를 운영하던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와 요기요 매각은 지난해에야 마무리됐습니다. 그 사이 쿠팡이츠가 '단건배달'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기도 했고요.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던 겁니다. 수익성에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죠.

배달료 인상이 플랫폼의 수익성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죠. 시간당 두 건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최저임금 이상을 벌려면 건당 배달료가 최저임금의 반은 돼야 합니다. 아울러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단건배달이 대세가 되면서 라이더 품귀현상이 벌어졌죠. 당시 시장 장악에 집중하던 플랫폼들은 라이더 확보를 위해 프로모션 공세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1위 배달의민족마저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적자가 늘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지난해에는 정책도 배달료 인상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배달 시장이 성장하자 라이더들의 목소리에 힘이 붙었습니다. 그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고요. 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일용직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사회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일입니다만, 플랫폼과 라이더에게는 비용 증가를 의미하기도 하죠. 이런 비용 부담이 배달료 인상의 한 원인이 됐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승자는 '라이더'입니다. 실제로 '연봉 1억'을 인증하는 라이더가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일 뿐입니다. 대부분 라이더의 급여는 높지 않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배달기사 월 평균 수입은 355만원 남짓입니다. 여기서 4대보험료·유류비·식대 등이 공제되면 실수령액은 160만원을 조금 넘습니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죠.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 이익을 가져가는 이들이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상황 타개책도 마땅치 않습니다. '월급제 라이더 직고용'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월급을 책정하려면 표준이 필요합니다. 라이더에게 이 표준은 배달료죠. 배달료는 수시로 변합니다. 같은 곳에 같은 메뉴를 배달해도 시간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라이더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월급제는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쿠팡이츠의 '이츠친구'등 월급제 라이더는 퀵커머스 등 극히 일부 분야에서만 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도 효과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배달료 공시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배달료 공시는 단순히 소비자가 배달료를 비교하기 위한 제도일 뿐 배달료와 무관합니다.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이륜차보험 제도 개선 효과도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이 대책은 '시간제 보험'을 도입해 라이더 보험료를 절반 가량 내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보험료가 내려갔다고 해서 배달료가 낮아지는 것을 용납할 라이더는 없겠죠. 배달료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배달앱 사용자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낙관적 예측도 있기는 합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라이더 수요도 정상화되고 배달료도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죠. 하지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배달료 인상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라이더 단체 '라이더유니온'은 최근 '안전배달료'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질 급여가 너무 낮아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돈은 돈대로 받고 난폭운전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는 안전배달료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부담은 플랫폼·자영업자·소비자의 몫입니다. 플랫폼에게 사실상 종속돼 있는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피해가 더 크겠죠.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배달료는 배달앱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다양한 문제가 맞물려 있으니까요. 명분을 넘어 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가 담긴 정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나아가 이 정책이 잘 만들어져야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배달앱은 한 때 소상공인에게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배달앱을 활용해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을 이겨낸 이들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대박을 터뜨리며 '서민갑부'에 오르기도 했고요. 배달앱이 플랫폼 산업의 선순환 사례로 꼽혔던 적도 있었습니다. 배달앱은 배달료라는 악재를 해결하고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정부 정책과 플랫폼의 자정 노력이 시너지를 낼 수 없다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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