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물류 시장의 '큰 형'이 빠른배송 판에 뛰어든다. 이커머스 플랫폼 1위 네이버와 물류 1위 CJ대한통운이 빠른배송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만이 새벽배송을 통해 구현해 왔던 빠른배송 서비스가 또 다시 혁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의 협업 속도를 높여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11일 밝혔다. 풀필먼트는 다양한 셀러들의 상품 보관·재고관리·포장·배송 등 물류 전과정을 수행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앞서 양사는 올해 경기도 용인·여주에 풀필먼트 센터를 연 바 있다. 이어 6월 중 이천에 풀필먼트 센터 한 곳을 신설하고, 하반기에 3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신설 풀필먼트 센터는 네이버쇼핑의 배송 기간 단축에 활용된다. 네이버는 신설 센터를 바탕으로 24시간 내 배송하는 '내일도착' 대상 상품군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어 지난 2일부로 시작한 당일배송 서비스 역량도 강화한다. 하반기에는 새벽배송 테스트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이 과정에 필요한 풀필먼트 전반을 담당한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셀러는 판매시간 확대 효과를, 고객은 배송시간 단축 혜택을 볼 수 있다.
양사는 빠른배송 시장 내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9조원대로 성장했다. 다만 오는 2023년 시장 규모는 11조9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새 성장세가 절반으로 깎이는 셈이다. 때문에 헬로네이처·롯데온 등은 새벽배송을 포기하기도 했다. 막대한 투자 부담 대비 성과가 낮을 수 있어서다.
반면 네이버·CJ대한통운 연합군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네이버는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다. 국내 1위 포털 사이트가 기반인 만큼 잠재 고객 풀도 충분하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물류 시장 과반을 점유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인프라 역시 경쟁사를 압도한다. 시장 장악을 위한 투자가 사실상 필요 없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새벽배송 시장 내 경쟁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네이버의 빠른배송 서비스는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내일도착 서비스의 물동량은 서비스 개시 시점이던 지난해 6월 대비 약 2.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브랜드 수는 3.9배 증가한 137개에 달했다. 양사는 플랫폼·물류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올해 내일도착 물동량을 지난해 대비 3.5배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이를 기반 삼아 하반기부터는 새벽배송 서비스도 개시할 예정이다.
안재호 CJ대한통운 이커머스본부장은 "첨단 기술과 전국 인프라를 활용한 융합형 풀필먼트를 통해 시간·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품질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네이버와 적극 협력을 통해 운영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새로운 배송 모델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더욱 차별화된 배송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양사는 첨단기술과 친환경 패키징 도입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경기 군포에 로봇·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했다. 이 센터는 고정노선 운송로봇(AGV), 자율주행 운송로봇(AMR) 등이 스스로 이동 작업을 수행해 효율성을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나아가 스마트 패키징 기술은 완충재 사용량 최적화와 포장재 종이 대체 등 친환경 녹색 물류 실천에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