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업계 '양강'인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은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플랫폼 업체의 특성을 살려 '연합'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에도 각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자사 사이트 내 '셀러(판매자)'들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셀러의 물품을 대신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포장과 배송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배송 속도는 물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는 영역이다.
네이버, 풀필먼트 서비스도 '연합군'
네이버는 최근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온라인 풀필먼트 플랫폼 서비스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제공키로 했다. NFA는 셀러가 자사에 맞는 풀필먼트 업체를 골라 제품 포장과 배송 등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서비스 제공 업체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 7개 업체다. 네이버는 향후 서비스 업체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눈여겨볼 점은 네이버의 '연합' 전략이다. 네이버는 배송에 강점을 보유한 CJ대한통운에 이어 오프라인 인프라와 상품 기획(MD) 등에 경쟁력을 갖춘 신세계와도 '혈맹'을 맺었다. 이를 통해 큰 투자 없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특성을 십분 살린 전략이다. NFA에 참여한 서비스업체들은 각각 패션, 신선식품 등 고유의 강점을 보유한 곳들이다. 셀러는 자신에게 맞는 업체를 고르면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쿠팡은 독자적인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입점 셀러들을 대상으로 '제트배송(로켓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이 판매 수요를 예측해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 해당 상품을 미리 물류센터에 입고해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네이버에 비해 선택의 다양성은 없지만 쿠팡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배송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에는 각각의 특장점이 있어 둘 중에 어떤 서비스가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셀러 입장에서는 양사 서비스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경쟁보다는 '양강 구도'를 굳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도나도 '오픈마켓 확대'…경쟁 격화
양사가 이처럼 풀필먼트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픈마켓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그간 오픈마켓 업체들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에만 치중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배송의 질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물류 인프라를 셀러들에게 제공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결국 오픈마켓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마켓 기반의 네이버의 경우 점차 자사 생태계를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직매입을 통한 '로켓배송'으로 승부를 벌여왔던 쿠팡의 경우 점차 오픈마켓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로켓배송만으로 몸집을 불리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해서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도 점진적으로 오픈마켓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픈마켓 확대의 필수요건이 풀필먼트 서비스인 만큼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에도 자연스럽게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의 경우 기존 점포를 활용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풀필먼트 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 인프라와 입점 판매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전통 유통 사업자들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다"면서 "미국 월마트 역시 지난해 2월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산을 활용해 수익 모델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