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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의 '3자 풀필먼트' 딜레마

  • 2021.07.12(월) 16:06

네이버 손잡고 인프라 구축 리스크 최소화
'플랫폼 없는 풀필먼트 허브' 경쟁력 낮아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허브'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첫 풀필먼트 물류창고를 열었다. 마켓컬리와 손잡으며 새벽배송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향후 풀필먼트 인프라가 필요한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물류 인프라만 있는 '반쪽짜리 풀필먼트'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협업으로 '투자 리스크' 최소화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 경기도 군포에 이커머스 상온 제품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열었다. 오는 8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냉장·냉동 등 저온 제품에 특화된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 오픈도 앞두고 있다. 사업 분야도 확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마켓컬리의 충청권 새벽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켓컬리의 시리즈F 신규 투자자로 참여, 신선식품 새벽배송 노하우를 흡수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마켓컬리·LG생활건강·애경 등과 협업을 통해 상품 카테고리도 확대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군포 물류센터 내부.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강화 전략의 '든든한 뒷배'는 네이버다. 풀필먼트는 관리 업체가 셀러들의 물류 보관·배송·사후관리 등을 총괄하는 시스템이다. 물류센터나 배송 차량 등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수다. 때문에 대규모 물동량이 안정적으로 보장돼야만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풀필먼트 도입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손잡고 이 문제를 해결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28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이커머스 시장 1위 플랫폼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지분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네이버는 CJ대한통운에 6000억원을 투자하며 3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 계약은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윈윈'전략 으로 평가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의 물동량 일부를 확보하며 풀필먼트 인프라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였다. 네이버는 다소 부족한 물류 인프라를 확보, 쿠팡과 전면전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사업 확대는 택배 시장 구조와 관련이 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3% 성장한 7조4925억원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 등 주요 업체들의 과점 시장이다. 단기간에 점유율을 올리기 어렵다. 배송기사들의 노동 조건 등 사회적 이슈도 산적해 있다. 택배 사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반면 이커머스 풀필먼트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배송'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체 풀필먼트 인프라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이를 갖추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쿠팡·SSG닷컴 등 극소수다. 풀필먼트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드물다. 이들은 결국 제3자에게 풀필먼트를 위탁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압도적 물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CJ대한통운은 제3자 풀필먼트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207곳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총 면적은 322만m²에 달한다. 이는 2위 쿠팡 보다 100만m²이상 넓은 규모다. 택배 업계 2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물류센터 면적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넓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의 배송 물량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풀필먼트 전용 물류센터만 갖춰진다면 인프라와 배송 규모 모두를 갖춘 물류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더욱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을 자사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 입점 플랫폼의 다양한 소비자 패턴 등 빅데이터를 사업 운영에 반영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도 가능하다. 규모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셈이다.

'플랫폼 없는 풀필먼트' 어렵다

비관적 전망도 있다. 현재까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사업 대부분은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업은 시작 단계다. 그 물동량이 막대한 만큼 CJ대한통운은 당분간 네이버에 집중해야 한다. 그 사이 경쟁사가 풀필먼트 인프라에 투자해 관련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CJ대한통운이 별도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물론 CJ그룹은 CJ온스타일, CJ더마켓 등 다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CJ온스타일은 홈쇼핑 기반 플랫폼이다. CJ더마켓은 전문몰이다. 그만큼 취급 상품의 폭이 좁아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국내 택배시장의 물동량은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풀필먼트에 대한 이커머스 시장의 니즈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은 오픈마켓이다. 재고관리·물류·사후대응 등을 입점 셀러에게 맡기고 플랫폼은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이들에게는 셀러의 재고를 매입해 창고에 보관하는 일련의 과정이 곧 비용이다.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플랫폼은 극소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물류라는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인 플랫폼”이라며 "CJ대한통운이 독자적 풀필먼트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플랫폼이 없다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어디서든 빠르게 배송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2일을 줄이자고 외부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탁할 플랫폼이 있을 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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