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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승계 '첫 단추' 끼우나…올리브영 상장 추진

  • 2021.10.05(화) 16:01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증시 입성
3세 CJ㈜ 지분 매입 재원 마련 가능
경영 보폭 확대…이선호 임원 승진 전망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그룹 승계의 '열쇠' CJ올리브영이 상장을 추진한다. 기업 가치는 총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이경후 CJ ENM 부사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등 CJ그룹 3세의 CJ㈜ 지분 확보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아직 승계 논의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이 승계를 위한 출발점에 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이 부장이 대외 행보를 재개한 것과 맞물려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나아가 올 연말 예정된 CJ그룹 임원 인사에서 이 부장의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몸값 '2조' 올리브영, 상장 나선다

CJ올리브영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또 상장 준비를 담당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키로 했다. 상장 주관사단은 다음달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과정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CJ올리브영은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은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의 압도적 1위다. 현재 전국 매장 수는 1200개를 넘는다. 이는 GS리테일 '랄라블라', 롯데쇼핑 '롭스' 등 경쟁 브랜드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실적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상반기 매출 9635억원, 당기순이익 3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코로나19 사태로 3% 정도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당기순이익은 40%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을 CJ그룹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CJ그룹 오너가 3세가 CJ올리브영의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이 부장은 11.09%, 이 부사장은 4.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상장한다면 이들은 구주매출 등을 통해 이 지분을 유동화할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지주회사인 CJ㈜ 지분 매입 등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CJ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는 CJ올리브영에 4141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1조8360억원으로 평가됐다. 글랜우드PE의 투자 수익을 고려하면 CJ올리브영은 상장시 이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은 보유 지분 처분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실탄, 어디에 쓰일까

이 실탄은 3세들의 CJ㈜ 지분 확보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은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4년 보유하고 있던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9%를 이 부장에게 증여했다. 증여 다음날 CJ시스템즈가 CJ올리브영과 합병하면서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이 회장이 잔여 지분을 모두 증여하면서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CJ그룹은 지난 2019년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부문과 올리브영 2개 회사로 분할했다. IT부문은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기존 주주들은 CJ㈜ 주식을 교환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부장이 처음으로 CJ㈜의 지분 2.75%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이 부사장도 이 부장과 같은 방식으로 지주사 지분율을 1.19%까지 끌어올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들의 지주사 지배력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CJ올리브영 프리IPO과정에서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CJ신형우선주(CJ4우)를 매수, 지분율을 각각 23.95%, 24.84%로 끌어올렸다. CJ4우는 2029년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 때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의 CJ㈜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3.04%, 5.55%로 높아진다. 우선주 매수가 장기적 '승계 포석'이었던 셈이다.

자연스럽게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도 CJ㈜ 지분 확보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000억원은 CJ㈜ 지분 1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단기간에 3세들의 지주회사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을 통해 활용된 자금을 추후 증여세 등 납부에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지분율 확대에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보폭 넓히는 CJ 3세

CJ그룹은 아직 승계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건재하고, 후계자들의 나이가 아직 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3세들은 지분율 확대와 함께 경영 보폭도 넓히고 있다. 특히 1년 4개월여 만에 현업에 복귀한 이 부장은 LA레이커스와 비비고의 마케팅 협업 계약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계약의 규모는 5년간 1185억원에 달한다. CJ그룹이 그 동안 진행해 온 스포츠 마케팅 중 최대 규모다.

비비고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인수한 '슈완스'의 유통망·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다. 지난 2분기 비비고 만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4.6%였다. 전년 대비 10.8%포인트 늘었다. 슈완스의 만두 브랜드 '파고다'와 합산한 점유율은 38%로 시장 1위다. 이 부장은 순항하는 사업의 전면에 나서면서 보다 수월하게 능력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CJ그룹 본사 'CJ더센터' 전경. /사진=CJ

나아가 이 부사장이 일하고 있는 CJ ENM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검토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식품·물류·바이오와 문화를 중심으로 사업을 나눠 운영하는 구도가 3세 경영에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부장의 연말 임원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부장은 2013년 그룹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2017년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승진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승진하지 못했다. 반면 누나 이 부사장은 2011년 CJ그룹 대리로 입사해 8년만인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젠 이 부장이 그룹의 중요 업무에 나선 만큼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위해서라도 임원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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