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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그 많던 'H&B 스토어'는 누가 다 먹었나

  • 2021.11.10(수) 06:30

신세계·롯데 철수 수순…GS도 사업 축소
올리브영 독주…'규모의 경제'로 시장 장악
새 적수 쿠팡·네이버…'온라인 혈투' 예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예상된 일이기는 했습니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200개가 넘습니다. 2, 3위 업체인 '랄라블라'와 '롭스'의 경우 100개 안팎에 불과합니다.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H&B 시장에서 이미 경쟁이 되지 않는 구도였습니다.

롯데가 먼저 백기를 들었습니다. 내년까지 롭스의 로드샵 67곳을 전부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향후에는 롯데마트 내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는 '롭스플러스'만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롯데쇼핑이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미 롯데쇼핑은 올해 1월 롭스 사업부를 마트 사업부로 통합하는 등 사업 축소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매장을 지속해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86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상반기 97개까지 줄었습니다. 기존 로드숍을 없애는 대신 GS25 편의점 점포에 화장품 매대를 넣는 식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롭스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 국내 H&B 시장은 올리브영이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적수가 없습니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256개입니다. 전체 H&B 매장의 80~90%를 차지합니다. 여기에 그나마 남은 경쟁사들마저 철수 수순을 밟고 있으니 올리브영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리브영은 최근 상장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올리브영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겁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H&B 스토어 시장은 한때 유통 대기업들의 격전지였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철수 사태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롯데가 롭스 1호점을 오픈한 것이 지난 2013년입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지난 2012년 '분스'라는 이름의 H&B 스토어를 론칭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미 올리브영을 비롯해 GS리테일의 '왓슨스'(현 랄라블라), 코오롱의 '더블유스토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신세계와 롯데까지 뛰어들었으니 그야말로 '격전지'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올리브영을 따라잡지는 못했습니다. 올리브영은 지난 1999년 일찌감치 H&B 스토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었던 '드럭스토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가 바로 올리브영입니다. 이후 지속해 매장을 늘리면서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따라잡지 못할 만큼의 초격차를 만들었습니다.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로 경쟁사들을 제압한 겁니다.

롯데가 롭스를 오픈했을 당시 올리브영은 이미 전국에 40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H&B 스토어가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비판이 많던 때였습니다. 이 탓에 롯데나 신세계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지 못했죠. 반면 이런 비판에서 살짝 비켜서있던 올리브영에게는 호재였습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주춤한 틈을 타 올리브영은 확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GS리테일이 GS25 편의점 점포 내에서 운영하는 뷰티 매대. /사진=GS리테일 제공.

코로나19로 본격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의 위기도 후발주자들을 더욱 어렵게 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H&B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7800억원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13%가량 줄었습니다. 국내 소비 시장이 온라인으로 쏠리는 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롭스와 랄라블라 등 후발주자들은 적자만 쌓여갔습니다.

반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올리브영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존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판매를 확대했습니다. 온라인몰 구매 상품을 배송지 인근 매장에서 당일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오늘드림'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매장 수가 100개 안팎에 불과한 랄라블라와 롭스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전략입니다.

결국 올리브영이 현재와 같은 확고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선점 효과와 더불어 각종 환경이 후발주자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것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덕분입니다. 이 때문에 이제 국내 H&B 시장은 사실상 올리브영의 '1강 체제'가 확고해졌습니다.

물론 올리브영의 경쟁 상대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이제 경쟁은 온라인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등과 경쟁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경쟁에서는 패배했던 롯데와 신세계도 온라인에서는 반격을 노릴 테고요. 과연 올리브영이 독주하는 국내 H&B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올리브영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대처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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