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앞장서 도전하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무리 중 제일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연상하면 됩니다. 용기가 돋보이지만 그만큼 큰 리스크를 갖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시장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후발주자의 '본보기'로 끝나고 맙니다. 그래서 첫 번째 펭귄은 항상 외롭고 불안합니다. 컬리는 늘 퍼스트 펭귄과 같았습니다. 새벽 배송을 처음 시작할 때도, 최근 상장에 도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 전 컬리의 두 번째 다이빙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IPO(기업공개)입니다. 이는 큰 모험으로 평가됩니다. 증시 침체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기대만큼 몸값을 평가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상장 이후에는 더 냉혹한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IPO 일정을 연기한 기업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컬리는 정면돌파에 나섰습니다. 시기가 나빠도 성장 잠재력에 자신이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완주에 성공하면 컬리는 이커머스 최초 '국내 상장' 기업이 됩니다.
물론 상장만 했다고 끝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 후입니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해야 합니다. 더 많은 주주들에게 수익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컬리는 대표적인 적자 기업입니다. 매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적자 규모도 불어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에도 영업손실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컬리가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적잖습니다. 상장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어선 곤란합니다.
컬리가 두 번째 도약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입니다. 사업군 확장에 나서며 수익성 강화가 한창입니다. 컬리는 프리미엄 식품 위주의 새벽 배송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최근부터는 가전, 뷰티, 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종합몰 형태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제품군이 많으면 그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무기'가 많아지니까요. 컬리의 큐레이션 역량을 다른 분야로 '이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컬리라는 프리미엄은 아직 소비자 사이에서 유효합니다.
오픈마켓 사업 확장도 그 일환입니다. 컬리는 이달부터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컬리가 직접 물류에 나서지 않고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입니다. 오픈마켓은 재고와 물류비 부담이 없이 상품 수와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습니다. 오픈마켓 입점사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도 가능합니다. 투자금이 항상 부족한 컬리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컬리만의 색깔이 흐려진다는 이유에 섭니다. 컬리의 원동력은 여전히 프리미엄 식품입니다. 사업 초창기 '강남맘 필수어플'로 알려지면서 빠르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부터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취급 상품도 많아지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그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고객이 오아시스마켓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가기도 했죠. 사업군 확장은 컬리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컬리의 다음 스텝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오프라인과 해외 진출 움직임도 읽힙니다. 컬리는 최근 서울 성동구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체험형 문화 공간’이라는 것이 컬리의 설명입니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오아시스마켓과 같이 오프라인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이외에도 컬리는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문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상장 후 수익성 강화를 위한 노력으로 평가됩니다.
컬리는 곧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분위기도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공헌이익'입니다. 컬리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공헌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입니다. 변동비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쉽게 말해 '매출이 급격히 늘면 흑자도 따라올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는 거죠. 다만 이를 두고 불안감에 대한 '방증'이라는 눈초리도 적지 않습니다.
컬리의 앞날은 그 누구도 모릅니다. 긍정적, 부정적 전망이 엇갈립니다. 과거 타 기업과 인수합병(M&A)을 진행했으면 더 좋았을 기업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컬리는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퍼스트 펭귄'의 숙명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한 것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쿠팡 등 쟁쟁한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켓컬리는 분명 국내 유통 산업에 한 획을 그은 기업입니다. 국내 배송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규모 면에서 더 큰 경쟁사를 상대로 차별성을 보여주면서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마치 '샛별'과도 같았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두 번째 도약을 모두에게 내보여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컬리는 새벽배송과 같은 혁신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상장 후 컬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컬리의 행보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