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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사라지는 유통기한…식품업계 걱정 앞서는 이유

  • 2022.10.25(화) 07:19

우유 제외한 식품에 2023년부터 적용 예정
제품별 소비기한 기준 모호…시기 상조 우려
실효성 '의문'…"소비기한 이름만 바뀔 것"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누구든 식품을 구입할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유통기한'입니다. 우유 등 제품을 살 때면 이 날짜를 한 번씩 들여다보죠. 가급적이면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상품을 삽니다. 왠지 더 신선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냉장고 속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괜히 상하진 않았을까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그냥 버려지는 식품도 많습니다.

이 유통기한이 내년부터 사라집니다. 대신 더 긴 기간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기한'이 도입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는 지난해 8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무분별한 식품의 폐기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단,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은 변질을 우려해 2031년부터 적용됩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뭔지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유통기한은 상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과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말합니다. 반면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간입니다. 사실 유통기한은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에 그칩니다. 하지만 소비기한은 이보다 긴 80~90%로 훨씬 긴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흰 우유에 소비기한을 적용하면 최대 50일까지 섭취 기간이 길어집니다. 식빵류의 경우도 최대 20일까지 늘어납니다. 현재 참치캔도 유통기한이 5~7년 정도인데요. 소비기한을 적용하면 1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덕에 소비기한에 대한 정부 기대도 큽니다. 앞으로 식품 폐기 등에 따른 비용이 연간 1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식품업계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실효성이 적을 것이란 이유입니다. 사실 소비기한이 적용되면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당장 유통기한으로 찍힌 포장지를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고요. 각 식품의 소비기한을 어떻게 정할지 연구도 진행해야 합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품 변질이 없도록 더 철저한 관리도 요구됩니다. 판매 기간이 늘면 식품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신경 쓸 부분이 늘어납니다. 온도 관리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냉장보관 온도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어디까지나 소비기한은 '미개봉·냉장·냉동보관'이 전제된 기준입니다. 

이는 비단 식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접 제품을 진열해서 파는 유통 채널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식품을 파는 곳은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만 있는 것이 아니죠.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도 많습니다. 이들은 대기업보다 인적·물적 '관리' 여력이 부족합니다. 소비기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식품마다 소비기한을 어떻게 정할지도 고민거리입니다. 시중에는 음료부터 과자 통조림류까지 다양한 식품이 판매됩니다. 제품마다 일일이 이 소비기한을 확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업마다 실험 결과도 다를 거고요. 특히 중소업체는 연구 자체가 힘들 겁니다. 

블랙컨슈머의 증가도 골칫거리일 겁니다. 판매 기한이 늘어나면 '변수'가 많아집니다. 제품 변질에 따른 과실 책임을 규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를 이용해 악의성 민원을 넣는 소비자도 늘어날 수 있죠. 기업 입장에선 큰 리스크입니다. 사실관계를 떠나 사회적 이슈로 번지면 기업은 큰 치명타를 받습니다. 과거에도 식품에 이물질을 넣는 등 기업이 블랙컨슈머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많았습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 때문에 업계는 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소비기한이 시행된다고 해도 유통기한과 크게 차이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 식품업계의 관계자는 "아직 소비기한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의 폭이 크지 않다"며 "포장지 교체, 소비자 안내 등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이름만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소비기한 변경은 분명 옳은 취지입니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자원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 톤에 달합니다. 이는 축구장 100개 면적을 덮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정부의 설명처럼 적지 않은 쓰레기 폐기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 호주 등 국가들도 모두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있죠. 

장기적으로 업계에 이득일 것이라는 분석도 많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낭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잘 정착만 된다면 '계획적' 식품 생산이 가능해질 겁니다. 판매 기간 증가로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상품도 많습니다. 물론 소비기한에 걸맞은 유통·판매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하겠죠.

다만 좀 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합니다. 계도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기업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합니다. 소비자 안내를 위한 홍보도 필수고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겁니다.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식품 업계의 고민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소비기한 도입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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