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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야쿠르트 아저씨? hy, 메쉬코리아 '눈독' 이유는

  • 2023.01.27(금) 06:50

hy, 매쉬코리아 인수 유력 후보 떠올라
'아쿠르트 아줌마' 퀵커머스 확장 노린다
물류 IT 기술력에…이륜차 배송 '시너지' 

식품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이륜차 배송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쉬코리아의 부릉 서비스를 통해 '퀵커머스'(단거리 빠른 배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hy는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매니저)로 대표되는 독보적인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갖고 있다. hy는 여기에 메쉬코리아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IT 물류 등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매물 나온 '메쉬'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y는 현재 메쉬코리아가 추진 중인 8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의 약 65%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쉬코리아는 OK캐피탈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 약 360억원을 갚지 못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와 관련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창업자 유정범 의장 해임안과 김형설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 hy로의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사회 결과에 따라 메쉬코리아는 hy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법원에는 △김형설 대표·hy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 △유정범 의장이 주축이 된 ARS △유진그룹에 매각하는 OK금융그룹의 사전회생계획(P플랜) 등 세 가지 회생방안이 제출된 상태다. 보통 법원은 기업의 자구안이 회생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y의 메쉬코리아 인수 계획에 큰 결점이 없다면 법원이 이를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y는 지난 1970년 야쿠르트로 출발한 식품 기업이다. 지난 2021년 사명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변경하고 유통전문기업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유제품과 발효유 등 기존 핵심 사업이 학령 인구 감소 등 한계에 직면하면서다. hy는 돌파구로 기존 배송 인프라를 활용한 물류 등 신사업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메쉬코리아 인수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왜 '인수'하려 하나

현재 hy는 '퀵커머스'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퀵커머스는 단시간에 고객의 집 앞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퀵커머스는 코로나19 등 배달 시장의 팽창과 함께 최근 급성장했다. hy는 과거부터 퀵커머스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취해왔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가 야쿠르트 등 유제품을 직접 집 앞에 가져다줬다. 이 때문에 최근부터 '다른 상품도 팔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hy 실적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hy의 강점은 프레시매니저로 쌓아온 배송 인프라다. 1970년대 방문 판매부터 시작해 50년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이들은 고객과의 직접 소통으로 구독을 이끄는 '첨병'이다. 프레시매니저의 평균 업력은 12년에 달한다. 전국 520여개 지점에서 약 1만1000명이 활동 중이다. 웬만한 배달 라이더 대행업체의 라이더 수보다 많다. 2014년에는 전동 냉장 카트 '코코'를 도입해 기동성도 높였다. 현재는 자사 상품을 넘어 면도기, 화장품 등 타사 상품까지 배송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간 거래(B2B) 물류 서비스 '프레딧'이 대표적이다. 이는 hy의 콜드체인 배송 인프라를 다른 회사에 제공하는 게 골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집콕'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프레딧 매출은 2017년 70억원으로 출발해 2020년 520억원, 2021년 700억원, 2022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야쿠르트만 팔던 hy가 퀵커머스의 가능성을 맛 본 셈이다. 

빈 퍼즐 맞추기

다만 이는 한계도 있었다. 그동안 hy의 물류 인프라는 정기 구독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프레시매니저 한 명이 일정 가구 수를 전담해 물건을 전달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식이다. 시도 때도 없이 주문이 발생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진입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오토바이처럼 빠른 운송수단이 필요할뿐더러 제품군 확장을 위한 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도 늘려야 한다. 

hy 온라인몰 프레딧 매출 변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비교 선상에 놓이는 것이 배달앱의 퀵커머스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가 대표적이다. 프레딧보다 상품군도 많고 상품 배송 속도도 빠르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과거와 같은 식음료 '구독 모델'이 통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앱을 통해 그때마다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hy에게 큰 위협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보완이 필요하다. 메쉬코리아는 그 빈 틈을 채워줄 수 있다. 메쉬코리아는 그동안 도심 곳곳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확장해 왔다. 물류 IT 기술도 쌓아왔다. 

메쉬코리아는 엔데믹 전까지 각광받는 물류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hy는 매쉬코리아를 인수해 이를 십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성공한다면 프레시매니저와 라이더의 협업 모델도 가능하다. 풀필먼트에서 거점까지인 '롱마일'은 라이더가, 거점부터 고객까지인 '라스트마일'은 프레시매니저가 맡는 식이다. 데이터 분석 등 IT 기술력으로 프레시매니저의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정교화할 수도 있다. 

한 퀵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부릉은 한때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몸값이 5000억원까지 치솟기도 하는 등 배달 대행 1위 업체였다"면서 "이번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서 1000억원 이하로 몸값이 떨어졌다. hy 입장에선 인수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수가 실현된다면 hy와 메쉬코리아가 가진 물류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나가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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