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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와 필립모리스는 '찐친'일까 아닐까

  • 2023.01.31(화) 06:50

KT&G, PMI 장기 파트너십 계약 체결
15년 계약…글로벌 유통망·성장성 확보

(좌) 백복인 KT&G 사장 (우) 야첵 올자크 필립모리스 CEO / 사진=KT&G

KT&G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의 '릴 동맹'이 15년 더 이어진다. 양사가 KT&G의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장기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면서다. KT&G는 릴 등 전자담배 제품을 PMI에 공급하고, PMI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판매하는 게 골자다. 글로벌 유통망이 필요한 KT&G와 전자담배 제품군 확장을 원하는 PM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5년 장기 파트너십

"KT&G와 PMI는 이번 계약을 통해 협력 관계를 넘어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양사는 미래 담배 산업의 변화에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겁니다."

KT&G

백복인 KT&G 사장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KT&G-PMI 글로벌 협력'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KT&G와 PMI가 협력을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부터 양사는 담배 사업에 있어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세계 31개국에 릴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양사의 최초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당시 향후 성과가 좋을 경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그 연장선이다. 앞으로 2023년 1월 30일부터 2038년 1월 29일까지 15년간 유지된다. 그만큼 양사의 높아진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KT&G는 이번 장기계약을 통해 PMI의 상업화 역량과 세계 유통 인프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제품은 KT&G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다.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 디바이스와 전용스틱 '핏', '믹스', '에임' 등이다. 향후 출시될 신제품들도 포함된다. 야첵 올자크 PMI CEO는 "현재 10억 명의 흡연자들이 무연제품으로 전환하기 바라지만 이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라며 "이번 계약은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하려는 양사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적과 동침한 이유 

양사는 국내 담배 시장에서 대표 경쟁자로 꼽힌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17년만 해도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점유율은 87.4%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릴 시리즈의 강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양사는 지난해 말 각각 신제품을 내놓으며 점유율 확대 나섰다. 이런 치열한 상황을 놓고 보면 양사의 협업은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 추이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만 KT&G와 PMI 경쟁은 국내 시장에만 해당된다. 해외 시장에선 한배를 탄지 오래다. PMI는 글로벌 담배업계 1위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 유통망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KT&G는 이 PMI를 해외 진출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독자적으로 진출하면 시간은 물론 많은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경쟁도 치러야 한다. 미리부터 PMI와 손을 잡고 해외 시장을 공략한 이유다. 

성과도 상당했다는 것이 KT&G의 설명이다. 임왕섭 KT&G 사업본부장은 이날 행사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수는 없지만 지난해 전자담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영업이익은 4.6배 정도 성장했다"며 "전자담배 특성상 기기(디바이스)가 먼저 팔린 후 스틱 판매가 상승하는 구조인 만큼 성과는 해가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PMI 입장에서도 KT&G와의 글로벌 협업은 좋은 '딜'이다. PMI의 캐치프레이즈는 '담배연기'없는 세상’이다. 일반 연초 담배의 생산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다. 전자담배 글로벌 1위 담배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PMI의 목표다. KT&G의 전자담배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릴 시리즈가 최근 급성장한 원인이다. KT&G와 협업하면 릴을 PMI의 이름으로 해외에 팔 수 있다. 

일말의 '우려'도  

관건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앞으로도 맞아떨어질 수 있느냐다. 현재 담배 시장은 격변기다. 전자담배 등 비연소 담배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내연 자동차가 전기, 수소 등 자동차로 바뀌어 가는 것과 같다. 앞으로의 담배 산업의 미래는 비연소 제품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G는 이 중요한 미래 먹거리의 해외 시장 공략을 경쟁사에 맡긴 셈이다. 여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BAT, KT&G,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해외 영업망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PMI에 의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출 대비 이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현상이 아니다. PMI에 글로벌 사업이 종속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릴이 해외에서 PMI의 하위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현재 PMI측은 KT&G로 하여금 '릴'의 해외 수출 실적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KT&G도 생각이 있다. 전자담배는 아직 글로벌 대세가 아니다. 자리잡기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KT&G는 이 기간 PMI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릴의 글로벌 인지도를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후 미래를 도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KT&G는 PMI를 통해 향후 15년간 해외 NGP(차세대 제품)사업에서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6%, 연평균 스틱매출수량 성장률 24.0%를 추정하고 있다.

백 사장은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속담이 있다"며 ”글로벌 담배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PMI와의 계약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PMI와의 전략적 제휴로 NGP 톱티어 업체로 도약해 차세대 담배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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