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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신 삼국지?…뜯어보면 '동맹'인 이유

  • 2023.03.02(목) 07:19

필립모리스·KT&G·BAT "신제품 출격"
높아진 제품 다양성…시장 파이 키우기
"이젠 담배 연기 없는 미래" 한목소리

왼쪽부터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일루마, KT&G 릴 하이브리드, BAT 글로 하이퍼 / 그래픽=비즈워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담배 3사(필립모리스·KT&G·BAT)가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다. 각자 점유율 확대를 공언한 만큼 3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건강한 경쟁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확대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위해저감성 논쟁에서도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 경쟁이지만 자세히 보면 '동맹'인 셈이다. 

쏟아진 '신제품'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새 담배3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이 국내에 쏟아졌다.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10월 '아이코스 일루마'에 이어 석 달 만에 또다시 '일루마 원'을 출시하며 신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담배잎을 가열하는 블레이드를 없애 청소가 필요 없도록 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한 번 충전에 따른 사용 횟수도 전작 대비 10회 늘어난 20회로 늘렸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KT&G도 곧장 맞불을 놨다. 일루마 등장 후 한달 만에 '릴 에이블'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단순히 가열을 넘어 예열과 충전까지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BAT도 이달 '글로 하이퍼 X2'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전작의 부스트 모드를 강화했다. 특히 제품 가격을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춰 시장 점유율 확대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업계는 그간 특별한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간간이 기존 제품을 개량하는 정도였다. 다만 이젠 시장이 커지며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기존 기기들의 교체 시점도 다가왔다. 특히 담배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상품이다. 한번 사용한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 신제품으로 더 많은 신규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전담'에 미래 걸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3597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조815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5년에는 2조5000억원 규모로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시장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2.2%에서 지난해 상반기 14.5%로 증가했다. 연초 담배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규제 등도 심하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전망 / 그래픽=비즈워치

결국 올해 담배 시장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필립모리스와 KT&G의 시장 1위 싸움에 관심이 모인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로 2017년 이후부터 부동의 시장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KT&G의 '릴'에 1위 자리를 내웠다. 다만 최근 일루마 출시로 다시 1위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립모리스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다시 전국 점유율 1위를 탈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KT&G는 올해 확실히 필립모리스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BAT 역시 다크호스로 꼽힌다. BAT는 지난 2021년 국내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든 바 있다. 파격적인 기기 할인으로 기기 보급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당시 스틱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 상승했다. 시장 점유율도 올랐다. 위해저감성을 강조하며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됐다. 이번 '글로 하이퍼도'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만큼 순식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쟁'과 '협력' 

이처럼 각자 으르렁대고 있지만 일각에선 '협력'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각자 신제품을 꺼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파이를 '붐업'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제품의 다양성은 수요 증가를 불러온다. 게다가 신제품 경쟁은 언론 등 미디어의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기존 흡연자 등 대중들의 관심이 커진다. 아직까지 담배 시장의 80%는 연초 담배다.

백영재 필립모리스 대표 / 사진=비즈워치

특히 업계는 전자담배의 위해저감성 논쟁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궐련형 전자담배도 연초형 일반 담배만큼 유해하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정부는 여전히 이 입장을 유지 중이다. 현재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위해하다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도 연초 담배만큼의 규제를 받고 있다. 담배 3사는 이런 규제가 흡연자를 더 나은 대안으로 이끄는 데 걸림돌이라며 정부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점에선 경쟁사와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확대가 급선무라는 공동 인식이다. 백영재 한국 필립모리스 대표는 지난 일루마원 출시 간담회에서 "전자담배 규제 완화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경쟁사인 KT&G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시장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BAT 측도 시장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담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전체 담배 시장에서 연초 담배 사용 비율은 85%에 달한다"며 "비연소 제품에서 담배의 미래를 찾겠다는 의도는 업계 모두 같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한 기업의 힘 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면서 "업계가 계속해서 전자담배의 위해저감성을 알리고 여러 대체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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