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지난해 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은 수 년간 큰 변화가 없는 와중에 해외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덕이다.
매운 맛 '불닭'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9090억원, 영업이익 90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42%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38% 늘어나며 2020년 수준을 회복했다.
9090억원의 매출 중 해외 매출은 전체의 66.6%인 605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50% 넘게 성장하면서 2021년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6420억원)에 버금가는 매출을 해외에서 올렸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인 약 5000억원이 불닭볶음면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국내에서도 연간 1000억원어치 이상이 팔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 6000억원대 매출이 나오는 셈이다.
불닭볶음면 출시 전인 2011년과 비교해 보면 삼양식품의 성장세가 더 눈에 띈다. 매출은 2987억원에서 909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14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904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셈이다.
어쩌다보니 '글로벌 기업'
삼양식품은 원래 전형적인 내수 기업이었다. 2011년 삼양식품의 연간 수출액은 213억원. 전체 매출 2987억원의 7.1%에 불과했다. 이 역시 상당수가 '고향의 맛'을 찾는 해외 교민들의 소비였다.
매년 200억~300억원 언저리였던 삼양식품의 수출액이 급증한 건 2016년이다. 직전해 307억원이었던 수출액이 931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유튜브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인기를 얻으면서다. BTS 등 K-팝 스타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은 불닭 열풍에 불을 지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2017년엔 수출액이 2052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2019년에는 2728억원을 벌어들이며 해외에서의 매출이 국내 매출을 따라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라면 소비가 늘어난 2020년과 2021년에는 해외 매출이 3700억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공격적인 현지 법인 설립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또 한 번 퀀텀 점프를 이뤄냈다.
올해도 '불닭 열풍' 계속된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삼양식품의 글로벌 시장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미국과 중국 법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중국은 전세계 라면 시장 1위 국가이며 미국은 6위 국가다. 한국 음식에도 익숙하다.
중동지역에선 한국 라면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1위 마트인 판다의 전국 220여개 매장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추후 중동 전역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에는 인도네시아에도 법인을 세웠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라면 시장이자 삼양식품이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무이 할랄 인증을 취득하며 진출한 주력 수출국이다.
지난해 5월엔 1300억원을 투자한 밀양 신공장도 문을 열었다. 밀양 공장은 수출용 라면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올해 본격적인 가동을 통해 해외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지속적인 해외 성장이 기대된다"며 "최근 중국이나 아시아, 미국에서 나아가 중동향 수출도 고성장하는 등 지역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전진기지인 밀양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해외법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며 "올해는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지역별 영업마케팅 강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