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최근 안주 과자가 제과업계에서 돌풍입니다. 안주 과자란 주로 '어른'들이 먹던 안주인 먹태·노가리 등을 과자로 만든 걸 말하는데요. 이름처럼 안주로 먹는 용도기도 합니다. 최근 농심 먹태깡 열풍에 이달 롯데웰푸드도 노가리칩을 내놨죠. 이 과자들이 현재 얼마나 인기인가 하면 중고 마켓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입니다.
저도 얼마 전 각고의 노력 끝에 두 과자를 맛봤는데요. 먹태깡을 사러 온 동네 편의점을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노가리칩은 인터넷몰에서 겨우 한 봉지를 주문했습니다. 전 트렌드에 밝아야 하는 만큼 신제품은 꼭 한 번씩 먹어봅니다. 반면 기대에 비해 맛의 감동(?)은 크지 않았습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먹태, 노가리 스낵이 뭐라고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이번주 '생활의 발견'에서는 안주 과자 열풍에 대해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먹태와 노가리가 뭔지부터 알아봐야겠죠. 먹태와 노가리 모두 생선인 명태를 이용해 만든 식품입니다. 명태를 얼리고 녹이는 건조 과정에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색깔이 검게 된 것을 '먹태'라고 합니다. 식감이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노가리는 2~3년 된 어린 명태를 말린 것을 말합니다. 노란 빛깔에 고소한 맛이 납니다.
회식 등 술자리에서 흔히 보셨을 겁니다. 상사, 선배들과 있는 자리에서 노가리를 잘 까놓으면 센스 있다는 칭찬도 듣죠. 다들 아시다시피 그렇게 맛이 뛰어난(?) 안주는 아닙니다. 식감과 찍어 먹는 소스의 맛이 다니까요. 이걸 과자로 만든다는 결정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특히 보통의 인식에서 과자는 아이들이 먹는 거니까요.
다만 이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기록적인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과자의 주력 소비층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의 지난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한 해에 60만~70만명씩 태어났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젠 아이보다 어른을 타겟으로 잡는 게 흥행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입니다.
안주 과자가 MZ세대의 호기심을 이끌었다는 점도 있습니다. 안주로 과자를 만들었다는 점이 꽤 신선하니까요. 실제로 먹태깡 출시 당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는 먹태깡 후기가 줄을 이었습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먹태깡을 먹방 콘텐츠로 활용하기도 했죠. 사실 먹고 싶다기보다 '궁금해서 한번 사본다'는 심리가 큽니다.
특히 상품이 구하기 어려워질수록 젊은 소비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합니다. 이를 '챌린지(challenge)' 효과라고도 하는데요. 이는 어려운 미션을 성공한 후 이를 SNS에 공유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발 등 품절·한정판 상품을 구입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죠. 구매가 힘든 상황이 뜻하지 않은 '품절 마케팅'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는 비단 제과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 SNS의 발달로 현재 전 식품 업계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우유 업체들은 이제 분유보다 성인 단백질과 보충제 제품을 늘리고 있고요. 라면 업계는 과거 상상조차 어려웠던 매운 라면을 선보이며 SNS에 빠진 MZ세대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줄어드는 내수보다 해외 진출에 집중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안주 과자' 열풍은 단순한 과자 신제품에도 사회적 현상이 함축되어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한편으론 아이는 줄고 노인만 늘어나는 사회가 어떨지 두렵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과연 30~40년 뒤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도 먹태깡과 노가리칩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