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2년 만에 신규 점포 출점을 선언했습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최근 "점포의 외형 성장은 이마트의 영업 기반이자 성장 동력"이라며 이를 직접 강조하기도 했죠. 매장 리뉴얼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도 했습니다. 그간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온라인 플랫폼 강화를 외쳐왔던 이마트라 업계에서는 이를 꽤나 신선하게 봤습니다.
세간에서는 이를 '오프라인 강화'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외의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많았죠. 쿠팡 등 온라인 쇼핑으로 유통의 무게 추가 기운 상황에서 다시 매장 확장에 나서겠다고 하니까요. 마치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실제로 강희석 이마트 전 대표 역시 올해 초 만해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 규모를 전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었습니다. 이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180도 바뀐 겁니다.
이마트는 전략 선회의 이유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듭니다. 점포 리뉴얼, 상품 혁신 등 최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한 1102억원을 기록했죠.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만입니다. 물론 여기까지만 보면 이마트가 '고객 집객력' 확대 등 과거로 돌아가는 전략을 펴는 것만 같습니다.
다만 전략의 본질이 '오프라인 강화'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마트가 펼칠 오프라인 전략은 온라인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강화가 단순히 매장을 크고 예쁘게 단장하는데 그치는 건 아닐 거라는 거죠.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앞으로 PP(Picking&Packing)센터와 EOS(Emart Online Store) 등 옴니채널(온·오프라인 융합) 매장 출점과 리뉴얼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PP센터는 기존 이마트 매장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만든 한 도심형 물류센터입니다. 쓱닷컴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집품 담당이 매장에서 물건을 담고 포장 담당이 포장해 트럭 등으로 당일 배송하는 식이죠. 이마트 온라인 장보기의 '첨병' 같은 곳입니다. 현재 신세계의 물류센터인 '네오 센터'에 비견될 만큼 일일 주문 소화량이 늘고 있습니다. 매장 리뉴얼과 함께 PP센터 확장 역시 더 빨라질 것이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겁니다.
이마트는 현재 이 중소형 PP센터를 통합하며 대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도 언제나 온·오프라인 통합을 주요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궁극적으로 매장 점포를 온·오프라인의 유기적인 접점으로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늘 강조해왔던 디지털 전환(DT)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신규 출점에선 이마트의 매장형 물류센터 EOS센터가 있습니다. EOS센터는 판매 공간과 물류 공간을 결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시설입니다. 매대가 있는 매장 한 켠에선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갑니다. 이곳에선 고객의 온라인 주문 상품이 오갑니다. 이마트는 현재 청계천점을 이 EOS 지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주변 지역 수요를 파악해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사전 구비해두는 지역 특화 전략도 펼치고 있는 곳입니다.
주요 입지에 이런 혁신적인 대형마트를 신규 출점하면 꽤 파급력이 클 겁니다. 인근의 배송 속도를 올리는 장점도 나타날 거고요. 실제로 현재 쓱닷컴은 내부적으로 물류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건립에 큰 돈과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네오센터를 추가로 늘리기 보다 이런 점포형 물류센터를 통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프라인을 강조한 이마트가 단순 매장 확대에만 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입니다. 특히 한채양 대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이마트 외에도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통합 대표를 맡았습니다. 이마트 3형제의 DT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죠. 실제로 최근 이마트는 퀵커머스 서비스인 '쓱고우'를 종료하는 등 마트, 슈퍼, 편의점마다 나눠졌던 퀵커머스를 하나로 합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외친 것은 유통 본업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상품을 싸고 빠르게 소비자에게 파는 거죠. 오프라인 강화는 수단일 뿐 그 너머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언급했던 PP센터나 EOS 등 첨단 매장도 분명 존재하고요. 쿠팡의 약점으로 꼽히는 오프라인을 다잡으면서 온라인의 기반도 놓치지 않겠다는 게 진짜 속내로 보여집니다. 이마트는 신규출점 전략을 통해 의도대로 '왕관'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미래가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