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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쿠팡 겨냥한 공정위, 시즌2는 '다크패턴'

  • 2024.06.19(수) 16:10

공정위, 이커머스 '다크패턴' 조사
쿠팡 유료멤버십·해지절차 주목

그래픽=비즈워치

공정위 VS 쿠팡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쿠팡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공정위는 쿠팡에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쿠팡이 검색 로직을 조작해 PB와 로켓배송 상품 등 자사 상품의 검색 순위를 상위에 노출시키고 직원들을 동원해 리뷰를 작성하게 했다는 이유입니다.

쿠팡은 반발하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의 기준이라면 한국에서 로켓배송을 이어나갈 수도 없고 앞서 공개했던 25조원 규모의 투자도 무산될 수 있다는 거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공정위가 전세계 모든 온라인몰이 따르는 관행을 법 위반으로 결론내렸다"고 공시했습니다. 

사진제공=쿠팡

여기에 더해 지난 17일에는 컬리와 SSG닷컴, 배달의민족,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CU 등 다른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편의점의 사례를 들며 PB상품 노출에 대해 해명하면서 거론된 기업들이 "우리는 조작이 아니다"라며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양 사 간 직접적인 분쟁이 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 자사 해명 자료에 제 3의 경쟁사에 관련된 정보를 노출하는 건 업계에서 금기로 꼽힙니다. 그만큼 쿠팡의 사정이 급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크패턴이 뭐길래

공정위는 다음 스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크패턴'입니다. 다크패턴이란 소비자를 속일 목적으로 UI를 조작하거나 설계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가입은 클릭 한 번으로 되면서 해지는 수많은 경로를 따라야 겨우 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다크패턴'이 바로 이해되실 겁니다. 

다크패턴은 크게 4개 분류로 나뉩니다. △인터페이스 조작으로 비합리적 지출을 유도하는 편취형 △거짓을 알리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화면으로 실수를 유도하는 오도형 △정보를 찾는 데 과도한 노력이 들도록 해 선택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해형 △심리적 압박을 가해 특정한 행위를 유도하는 압박형 등입니다.

이커머스 다크패턴 분류/그래픽=비즈워치

편취형에는 유료 전환이나 가격 인상 시 동의를 얻지 않고 자동으로 갱신하는 행위나 저렴한 가격을 띄워서 구매하기를 눌렀더니 추가금이 붙는 옵션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후자의 경우 G마켓이나 11번가 등 이커머스에서 상당히 자주 보였던 패턴이죠. 

오도형은 후기나 할인 정보를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항목을 잘 보이게 표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동의 버튼은 '크고 아름답게' 표시하고 비동의 버튼은 잘 안 보이는 색을 사용하는 꼼수가 오도형에 속합니다. 이번에 공정위가 지적한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동의 팝업이 이 오도형 다크패턴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방해형과 압박형은 이름부터 직관적이죠. 가입은 금방 되면서 해지를 하려면 대체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게 숨겨놓는 곳들이 방해형에 해당됩니다. 똑같은 광고 팝업을 계속 띄워 들어가게 하거나 '마감·품절임박', '지금 OO명이 구매 중' 같은 표기를 가짜로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는 건 압박형입니다. 홈쇼핑이 바로 떠오르시죠? 홈쇼핑사들은 현재 70~80% 이상 소진 시, 완전 품절 시 등 구체적인 자체 가이드라인을 갖고 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1년간 칼 갈았다

사실 공정위가 다크패턴 이슈를 꺼내든 건 갑작스런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 다크패턴 기준을 세우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고 7월엔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다크패턴을 규제하기 위한 밑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최근 쿠팡의 멤버십 중도해지 방해와 가격 인상 고지 등에 다크 패턴이 있었다는 판단 하에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쿠팡의 경우 멤버십에 가입한 후 해지하면 즉시 해지가 되는 게 아니라 해당 달까지의 요금이 부과되고 월말까지 사용해야만 하는 '숨은 갱신형 다크패턴'과 가격 인상 고지 후 멤버십 유지 안내 팝업에서 가격 인상에 동의하도록 '오도형 다크패턴'을 사용했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쿠팡만 잡겠다고 나선 건 아닙니다. 컬리와 네이버 등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는 플랫폼들을 모두 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쿠팡 멤버십을 해지하려고 하면 나오는 팝업./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쿠팡에서는 문제제기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멤버십 해지 시 해당 월까지 유지되는 제도는 이미 고지가 돼 있고 다른 멤버십 서비스들도 대부분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구독 서비스들도 중도 해지 시 남은 기간이 소진된 후 해지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결제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고객센터를 통해 따로 환불을 신청해야 합니다.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멤버십 가격 인상 고지에 관련된 지적 역시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구매나 구독 버튼을 강조하는 UI는 어느 회사나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며 설령 소비자가 원치 않게 멤버십을 연장했더라도 곧바로 해지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가격 인상 이전 수차례 공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고지를 한 만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그간 유통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마케팅 수법을 하나둘 제재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걸면 걸리고 안 걸면 안 걸리는' 회색지대 마케팅을 전부 제재 대상으로 보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처벌이 불만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공정함입니다. 쿠팡이 경쟁사들을 거론하며 "왜 우리만"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공정위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선 때문일 겁니다.

공정위는 앞선 제재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국·내외 사업자 차별없이 감시하여 엄중히 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의 말처럼 차별없는 감시가 이뤄져 업계에 뿌리내린 관행들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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