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현 아워홈 회장이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밝힌지 이틀만에 돌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구 회장과 아워홈은 궁극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끝내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워홈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장을 선택하면 구주매출로 지분을 처분할 수 있어 구 회장 입장에서는 현금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2026년 상장 목표
아워홈은 국내 주식시장에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오는 202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올해 안에 기업공개 주간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은 "글로벌 아워홈 도약을 위해 기업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향후 실적 및 수익성도 긍정적인 만큼 IPO 추진에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9835억원, 영업이익 943억원을 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아워홈이 갑자기 상장을 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지난 18일 취임한 구미현 신임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이전부터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구 회장은 지난 2022년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이 회사 지분을 함께 매각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회사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한다. 하지만 이때는 이사회를 교체하는 데 실패해 매각을 추진하지 못했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 동맹 관계를 유지했고 결국 최근 막냇동생 구지은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아워홈의 이사회는 구미현 회장 본인과 남편 이영열 부회장,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씨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9일 취임 인사말에서 "주주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회사 매각을 공식화 했다. 그런데 구 회장은 이틀만에 돌연 상장으로 입장을 바꿨다.
아워홈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 종식이 궁극적 목표"라며 "그동안 매각과 함께 IPO도 검토해왔고 현재는 IPO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불투명한 매각
관련업계에서는 아워홈 매각이 흥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IPO를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던 당시 매각주간사가 매각 티저레터에 적어낸 아워홈 기업가치는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최근 아워홈의 실적이 더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에 대한 구 회장의 기대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아워홈의 가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아워홈의 기업가치가 5000억원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구 회장과 시장의 눈높이 사이의 간극이 큰 셈이다.
아워홈이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식사업의 성장성이 크지 않아서다. 또 매각 후에는 현재 아워홈이 LG그룹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있다.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역시 아워홈 매각의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다.
구미현 회장과 다른 자매들 사이의 법정 다툼도 매각을 방해하는 리스크다. 구 회장과 구지은 전 부회장,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등 세 자매는 2021년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을 아워홈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체결한 협약에서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자고 합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구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와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지은 전 부회장, 구명진 전 대표와 뜻을 달리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구미현 회장이 이 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법정 다툼을 예고한 상황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서는 이 소송전에 앞서 구미현 회장 측의 지분 처분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가능하다. 이 경우 구미현 회장이 회사를 당장 매각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다만 이 자매간 협약이 현재도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구주매출로 지분 처분?
아워홈 정관에는 주식 매각 시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각해야한다는 우선매수권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구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판다면 다른 남매들이 이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이 우선매수권 때문에 구 회장이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기기 어려울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로 구 전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언니 구미현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아 이를 당장 사들이기는 어렵지만 사모펀드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아워홈이 상장한다면 구 회장은 구주매출을 통해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구주매출은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일부를 파는 것을 말한다. 통상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아워홈이 막 상장을 발표한 단계인 만큼 공모 구조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구주매출을 포함시켜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는 것 역시 구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IPO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워홈은 수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회사를 3년간 이끌었던 구지은 전 부회장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새롭게 취임한 구미현 회장은 경영 경험이 전무해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은 회사 경영을 총괄할 일종의 '전문경영인'으로 이영표 경영총괄사장을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IPO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지 않으면 IPO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