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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가 보인다"…신세계, '콘텐츠 사업' 놓지 않는 이유

  • 2024.07.17(수) 16:10

2020년 마인드마크 설립…콘텐츠 사업 시작
코로나19 탓에 네 차례 증자로 400억 지원
올해 '스튜디오' 사업 본격화...박훈정 영화 제작

신세계가 미디어 콘텐츠 계열사 마인드마크에 또 추가 자금을 지원하며 신사업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는 2020년부터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마인드마크는 올해부터 영화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스튜디오 사업을 본격화 한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한 IP(지적재산권)·출판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또 자금 수혈

마인드마크는 운영자금 1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마인드마크 설립 이후 세 번째 유상증자다. 마인드마크 지분 100%를 가진 대주주 신세계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마인드마크가 올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마인드마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신세계가 전통적인 유통업을 넘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세운 회사다. 신세계는 그간 백화점, 패션·라이프스타일, 화장품, 면세점, 가구 등 오프라인 소매업을 주로 영위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종이 위기를 맞았다.

반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 일부 방송사와 제작사를 중심으로 했다면, 최근 OTT가 등장으로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작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둔 점도 국내 콘텐츠 시장 성장에 불을 붙였다.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CJ그룹은 지난 2018년 CJ오쇼핑과 CJ ENM을 합병해 '미디어 커머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쿠팡 역시 자체 OTT플랫폼 '쿠팡플레이'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마인드마크는 설립 직후 제작사를 사들이며 콘텐츠 제작 사업을 본격화 했다. 2020년 7월 드라마 제작사 '실크우드'의 지분 58.1%를 33억원에 사들였고, 같은해 9월에는 또다른 제작사 '스튜디오329'의 지분 55.1%를 45억원에 취득했다.

실크우드는 MBC 드라마 '시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JTBC 예능 '싱포유' 등을 기획, 제작한 회사다. 스튜디오329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인간수업'의 제작사다. 미디어 사업 경험이 없었던 신세계로서는 검증된 제작사를 인수하는 쪽이 빠르게 사업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코로나19 직격탄

신세계는 마인드마크를 통해 자체 IP를 발굴 및 개발·판매하는 사업, 해외 OTT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사업 등을 구상했다. 더 나아가 미디어 커머스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미디어 커머스는 유통업과 미디어 사업이 결합한 일종의 융복합 사업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거나 미디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문제는 신세계가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어서 콘텐츠 제작 사업을 제대로 벌이기가 어려웠다. 이 탓에 마인드마크는 계속 적자를 냈다. 마인드마크는 2020년 5억원, 2021년 12억원, 2022년 32억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도 2020년 14억원, 2021년과 2022년 24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마인드마크는 지난해 4월 실크우드 지분을 다시 팔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가 마인드마크를 살리기 위해 2021년 3월과 2022년 6월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00억원, 200억원의 자금도 지원했다. 

마인드마크의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면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마인드마크의 영화 투자배급 사업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코미디 영화 '30일'은 마인드마크 배급 영화 중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 결과 지난해 마인드마크의 매출액은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늘어난 35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 증가분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수준이다.

영화 직접 만든다

마인드마크가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신세계도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단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현우 마인드마크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는 김 대표가 유일하다. 김 대표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기획 및 투자총괄, '신세계' 공동 제작 및 공동 투자, '명량'과 '국제시장' 공동투자 등 영화 투자, 제작업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마인드마크는 김 대표 체제 하에서 그동안 구상만 해왔던 사업들을 본격화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인드마크는 올해를 ‘스튜디오 마인드마크 원년'으로 선포하고 콘텐츠 제작 사업과 오리지널 IP 발굴 및 기획, 제작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동안에는 다른 제작사가 만드는 영화에 투자하고 이를 배급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마인드마크가 영화, 드라마 등의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

마인드마크의 2024/25년 영화 라인업. / 사진=마인드마크

마인드마크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4편의 영화 제작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표작은 영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이 내놓을 액션 느와르 영화 '슬픈 열대'다. 오는 9월 태국 현지에서 촬영을 시작하기 위해 배우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또 오컬트 영화, SF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스릴러 등 3편의 영화도 크랭크인 한다.

마인드마크는 또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4편의 영화를 배급한다. 다음달 14일 개봉을 확정한 '빅토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해외 영화도 선보인다. 미국 유명 독립영화 배급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 '시빌워'가 마인드마크를 통해 올 하반기 국내에 소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올해 안에 OTT를 위한 드라마, IP 출판 콘텐츠 등 새로운 작품 발표도 예정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마인드마크는 그 동안 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는데 올해부터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해외 영화도 배급하는 식으로 영토를 넓힐 예정"이라며 "출판, 공연 및 전시 쪽으로도 업태를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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