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그동안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현대홈쇼핑을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중복 상장을 해소,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결정이 현대홈쇼핑의 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중 구조' 없다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홈쇼핑은 지난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오는 6월 기존에 보유한 현대홈쇼핑 지분(57.36%)과 현대홈쇼핑 자사주(약 6.6%)를 제외한 잔여 지분 전량을 취득할 예정이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현대홈쇼핑은 상장 폐지를 거쳐 현대지에프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전환된다.
이번 재편의 핵심은 지배구조를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일원화하는 데 있다. 현대홈쇼핑은 그간 사업회사이자, 그룹 내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그러나 사업 환경이 악화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중간 지주사 구조가 오히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제약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 경우 지배구조는 한층 단순화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한섬·현대L&C',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현대퓨처넷→현대바이오랜드'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재편 이후에는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한섬·현대L&C·현대퓨처넷을 직접 지배하고 현대퓨처넷이 현대바이오랜드를 거느리는 형태로 정리된다. 중간 단계가 제거되면서 지주회사의 책임 경영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을 둘러싼 '지주사 관련 위반 행위' 역시 단번에 해소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 지배구조상 현대지에프홀딩스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의 현대바이오랜드(증손회사) 지분율이 3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홈쇼핑과 현대퓨처넷의 합병, 현대바이오랜드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향후 현대홈쇼핑의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해 각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사업회사는 홈쇼핑 본연의 사업에 집중, 신사업과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한섬·현대퓨처넷·현대L&C를 보유하게 되는 투자회사는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합병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이유 있었네
다만 이번 조치를 두고 '고강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홈쇼핑 업황 둔화에 따라 비상장 체제를 통해 보다 유연한 경영 판단을 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 영업이익은 1309억원으로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TV 시청 인구가 감소한 것은 물론 송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홈쇼핑의 비상장사 전환은 이점이 많다는 평가다.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운 데다, 대규모 투자나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여기에 M&A나 조직 재편 등 전략적 선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 중복상장 근절을 위해 '상법 개정안'을 보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지난달에는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주식 교환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사실상 힘을 잃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홈쇼핑을 별도 계열로 분리하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현대홈쇼핑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독자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의 '형제 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향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 중 하나로 통상 주주들이 보유 중인 기존 주식의 가치 상승에 따라 주가에 큰 호재로 작용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연내 현대백화점·홈쇼핑·그린푸드·한섬 등 총 10곳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소각 규모는 3500억원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자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그룹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전향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