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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잡는 리니언시 확장 움직임도③

  • 2013.09.26(목) 08:42

[진격의 정부 포상금제]
담합 잡는 리니언시 프로그램도 효과 입증
차명 거래에도 적용? 부작용 개선책 마련 시급

포상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 제도(Leniency program•자진신고 감면제)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리니언시 프로그램은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 등 각종 제재 내용을 감면해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업 간 자진 신고 여부에 따라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어서 불특정 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포상금제와 차이가 있다.

공정위는 최근 수년간, 이 제도를 활용해 굵직한 담합 사실을 적발했다. 담합은 보통 기업 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된다. 내부 고발자나 기업 스스로 고백하지 않으면 담합의 명백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신 신고를 유도하면서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면서 담합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적발한 굵직한 담합 사건들은 대부분 리니언시 프로그램을 통해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했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된 라면 회사의 가격 담합, 생명보험사의 개인보험 이율 담합, 가전 회사의 LCD 가격 담합, 은행의 CD금리 담합 등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리니언시 프로그램은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기본 개념으로 한다. 어떤 범죄 사건이 두 명의 공범자가 자백할지 부인할지 고민할 때 둘 다 부인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먼저 자백해 자신의 형량이 늘어날 위험과 자신이 먼저 자백해 형량을 줄일 유인 때문에 둘 다 자백을 선택하게 된다는 게임이론의 한 형태다.

리니언시 프로그램이 담합 사례 적발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자 이를 더 확장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차명 거래를 리니언시 프로그램으로 차단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실제로 지난 7월 이종걸 의원(민주당)은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자진 신고할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현행법에선 차명계좌가 조세포탈이나 범죄수익 은닉 등에 활용되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발의한 안을 보면, 처벌을 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금융계좌의 금융자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명의인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구미가 당기는 당근이다. 이 정도면 악의적인 차명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 정부와 여당 모두 반대하고 있다. ‘해당 금융계좌 자산의 증여 간주’가 논란이다. 당근치고는 너무 큰 당근이라는 얘기다. 명의인과 실제 주인이 짜고 일부러 자진신고를 할 부작용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차명계좌는 조세포탈이나 범죄에 이용될 때가 불법이지, 차명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실제로 담합 적발에 활용하는 리니언시도 이 당근 문제로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담합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범죄인이 과징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그것도 관련 1위 업체가 과징금 감면 혜택을 제일 많이 보면서 담합으로 많은 이득을 챙기고 과징금은 한 푼도 안 낸다는 비난이 많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적발한 담합 사건 중에서 20대 그룹 비중이 68%를 차지한다. 이중 리니언시 프로그램 적용을 많이 받은 기업은 삼성, LG, LS, 롯데, SK그룹 순이다. 스무 손가락에 드는 그룹의 담합 사건이 70%에 가깝고, 그중에서도 상위 그룹들이 리니언시를 대부분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리니언시 프로그램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고기 맛을 봤고 현실적인 고충도 많아 고민이다. 포상금이나 과징금을 팍팍 깎아주면 정책적 기대 효과는 만점이다. 적정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찾는 것은 경제•금융 검찰의 딜레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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