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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외국계·대형사건은 "조심 또 조심"

  • 2014.04.21(월) 14:44

법리•진술 쟁점 엇갈린 42% ‘재검토’
KB국민•신한•하나 건도 한 번에 결정 못 해
금융법원 제재심, 그 28개월간의 기록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 양형과 다르게 제재심이 의결한 수정의결은 크게 세 가지 형태다. 심의를 유보하거나 제재 양형보다 낮추는 감경, 더 중하게 제재하는 가중 등이다. 심의 유보 후 원안대로 양형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제재 결정이 한 번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론 수정의결로 본다.

심의 유보는 법률적인 쟁점이 크거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다음에 한 번 더 논의하자는 취지다. 수정 의결한 안건 중에서 심의 유보는 42%(110건 중 46건)나 된다. 수정 의결하는 안건 중 절반 정도는 한 차례의 논의로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많은 사안이 외국계 금융회사 관련이거나 사회적 이슈로 번져 법리 검토를 더 꼼꼼히 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3일 최종 양형을 확정한 골드만삭스 건을 비롯해 도이치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와 관련한 징계안은 한 번에 처리된 적이 거의 없다. 골드만삭스 건은 앞서 얘기한대로 미인가 해외지점을 통해 채권을 팔았다는 혐의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에 지점이나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대개 본점이나 아시아 콘트롤타워에서 영업을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우리나라 입장에선 인가받지 않은 영업을 하는 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의 경우는 도이치은행 직원이 도이치증권의 영업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은행과 증권사가 계열사 간 사실상 공동으로 영업했다는 혐의다. 도이치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형태 등에 따라 우리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금융 영업을 한 것이 되거나, 금융회사 간 방화벽이 무너진 결과일 수도 있다.

국내 사안 중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것은 신한금융 경영권 분쟁 건이다. 사안 자체도 심각했거니와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시간도 오래 걸렸다. 2010년 9월에 터진 이 분쟁은 고소•고발이 진행되면서 검찰로 먼저 넘어갔다. 한참 후 금감원의 검사를 거쳐 2013년 8차(5월 16일) 제재심에 올라왔다.


이날 심의에선 2010년 배임•횡령사건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개인신용정보 부당조회, 감사위원회 보고 위반, 부당 환전, 여신 심사 소홀,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 위반, 골프장 이용권 재판매를 통한 부당 자금 유용 등 여러 쟁점이 떠올랐다. 결국, 제재심은 조치 대상자들의 진술이 상반되고 쟁점이 복잡하다며 심의를 유보했다. 위원들의 충실한 심의를 위해 더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해 6월 17일 열린 10차 제재심은 이 사안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확인시켜줬다. 이날 제재심은 신한은행 한 건만을 위해 열렸다. 상당히 많은 조치 대상자가 나와 대질심문을 받았다. 그리고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시를 수행한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16명이 감경 조치를 받았다.

지난 17일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중징계를 확정한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캐피탈 건도 제재 확정까지 7개월이 넘게 걸렸다. 이 안건이 제재심에 처음 올라온 것은 2013년 9월 12일(제17차). 이날 위원들은 하나캐피탈의 투자심사 소홀,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 투자업무 관리 소홀을 심의하면서 손실 초래 사실관계를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심의를 유보했었다.

KB금융지주의 미공개정보 부당제공 건, 일명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사건도 2013년 9월 12일(17차)에 처음 올라와 조치 대상자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차례 심의 유보한 뒤 19차(10월 10일) 제재심에서 제재안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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