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②월급쟁이 여러분, 당신의 영혼은 있습니까?

  • 2014.07.15(화) 11:03

21세기 대한민국 관피아 탐구

공무원의 국가관과 관련해 자주 나오는 것이 ‘영혼’ 얘기다. ‘공무원에게 영혼은 있나? 없나?’ 논쟁이다. 영혼 논쟁은 흔히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하는 데서 출발한다. 진실로 국민을 위해 정권의 압력이나 포퓰리즘을 물리치는 것이다. 설사 자기의 자리를 빼앗기더라도…. 그런 공무원은 필요하고, 그런 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공무원이 복지부동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관피아 논쟁에도 항상 등장하는 문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찾아내 입안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을 개선하려는 공무원이 정권이 바뀌었을 뿐인데 인사에서 배척된다면 정말 큰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공무원 조직에만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론 민간을 포함해 사회의 모든 조직에 존재한다.

『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샐러리맨 A 과장. 경기가 좋지 않아 A 씨 회사도 수익이 영 말이 아니다. 사장은 이럴 때일수록 물건 잘 팔아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으니 조금 이익을 줄이더라도 물건을 더 팔기 위해 특판 행사도 하고 물건 파는 데 온 힘을 다했다. 부장 승진 시기도 코앞이어서 더 열심히…. 그런데 갑자기 회사의 사장이 잘리고, 다른 계열사 사장이 왔다. 그는 숫자에 밝은 소위 관리 통이다. A 과장은 부장 승진에서 밀렸다. 새 사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재무•관리 라인을 대거 승진시켰다.』

가상이지만, 주위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민간의 어느 조직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관리 통의 새 사장이 오는 것을 A 과장이 어쩔 수 있겠는가?

『다른 기업의 샐러리맨 B 과장. 그는 영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본사로 들어온 것은 회사의 관리 영역을 경험할 좋은 기회여서 내심 반겼다. 영업하면서 체득한 친화력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 관리 파트에서 승승장구한 부장과는 소위 코드가 안 맞았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회사를 보는 눈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모든 사안에서 부장과 부딪혔다. B 과장은 며칠째 ‘언제까지 내 주장을 계속 해야 하나? 이러다 고과를 제대로 받을 수 있나?’ 고민 중이다.』

역시 가상이지만, 샐러리맨들이 종종 겪는 일이다. 이쯤에서 한번 물어보자. 대한민국의 샐러리맨 여러분, 당신의 영혼은 있습니까?

샐러리맨의 비애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영혼 문제가 ‘나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인데…’라면서 무슨 대단한 권력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따름이다. 또한, 공무원 조직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과 집권당과는 다른 그 무엇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 공무원 조직 스스로 권력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매번 바뀌는 정권과 독립적인 별도의 기관(조직)이 아니다. 현재 5년마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정책을 실행하고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5년 단임제에 따른 정책의 지속성이나 연속성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우리 정치사에서 큰 획을 그은 3김의 ‘5년 단임제 합의’의 정치적 함의가 소멸했다면 새로운 틀 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이지, 공무원 스스로 권력화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공무원에게 영혼이 있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없어야 한다’가 답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과 집권 정당의 정책이 옳다고 전제하고 일을 할 뿐이다. 실제로 대부분 민간 조직에서도 있는 문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조직이 굴러가는 원리이기도 하다. 공무원 조직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공약은 수정되고 보완된다. 소위 영혼 있는 공무원들에 의해서…. 이 또한 모든 민간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역시 영혼 있는 샐러리맨에 의해서…. 그렇게 조직은 소통한다. 그 소통의 힘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례는 많다. 그렇다면 유독 영혼 논쟁이 많고 크게 들리는 공무원 조직의 속내는 달리 있는 것은 아닐까?

『계급제 구조에 기초한 직업 공무원제도는 폐쇄적일 수박에 없다. 어중이떠중이가 들고 나는 조직으론 전문적인 역량을 키울 수 없다. 그런 제도를 유지하는 건 역사가 오랜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선 시대 정1품, 종1품 하는 용어가 모든 계급제 공무원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급제 요소를 가진 국가에서 공직 인사는 순환보직을 기본으로 한다. 직업 공무원에겐 직무 전문성보다는 종합행정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글 중 최문현 씨의 글 인용)』

계급제가 가진 일반적인 특성이다. 민간 조직도 철저히 계급제다. 모든 조직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급제로 운영되지 않는 조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계급 기반인 조직에서도 얼마나 소통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조직에서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조직은 또한 성과 평가를 제대로 해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 밥그릇 차였을 때만 영혼 타령

그렇다면 공무원 조직의 계급제가 순환보직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계급제 조직에서 어중이떠중이가 들고 나서 전문적인 역량을 키울 수 없다는 것도 허무맹랑하다. 직업 공무원에게 직무 전문성보다는 종합행정능력이 조금은 더 중요할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종합행정능력이 가능한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은 전문성과 행정능력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사회의 고도화 문제다.

솔직히 공무원의 영혼 논쟁은 보통 집권 세력과 공무원 집단의 견해가 다를 때 자주 등장했다. 이 견해 차이는 보통 ‘국민을 위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진심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정권과 상관없이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정권이 바뀌어서 물먹었다는 사례는 있을 수 있다. 정권의 정책 지향점과 공무원 개인 소신의 충돌이다.

이런 측면에서의 영혼 논쟁이라면 민간기업에서 더 많다. 사장 또는 담당 임원이 나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힘들다. 그러나 차례대로 승진한 고위직 공무원들의 상당수는 정권 중반기마다 있는 선거에서 소위 차출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정치코드는 딱딱 맞는지….

공무원의 영혼 문제는 장관 자리를 정치인들이 차지하거나 지금처럼 관피아 논란으로 밥그릇이 차였을 때의 일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